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해 한국산 자동차가 일본차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기존 무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 완성차 업계가 미국 내 수입차 관세 25%를 적용받는 반면, 일본은 16일부터 관세가 15%로 인하되면서 경쟁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차의 쏘나타와 도요타의 캠리 LE다. 양사 홈페이지 기준 미국 시장 내 기본 가격은 쏘나타가 2만7300달러, 캠리는 2만9000달러다. 하지만 15% 관세 인하 효과를 적용하면 캠리의 실질 가격은 2만6160달러까지 낮아지게 되며, 쏘나타보다 저렴해진다.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3만290달러)와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LE(3만2850달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라브4는 관세 인하 시 2만9630달러까지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 SUV 시장에서도 일본차가 가격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미국은 15% 관세 인하에 합의한 바 있지만,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일본은 기존 27.5% 관세에서 12.5%p 인하를 받았지만, 한국은 오히려 무관세에서 25% 관세로 전환되며 체감 타격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월 4000억 원, 3000억 원대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부담은 2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 24% 감소했다.
업계는 가격 인상은 점유율 하락, 동결은 수익성 악화라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산업 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쉽지 않은 전략 선택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18일 미국 뉴욕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관세 이슈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대응 전략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미국 내 생산 확대 계획, 전기차 전략 조정, 원가 절감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