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대규모 단속 이후, 미국에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인 국내 전력기기 업계도 긴장감을 높이며 비자 체계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은 현재 각각 앨라배마, 테네시, 유타 등에서 생산 법인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대규모 증설 및 신규 투자에도 나서고 있는 가운데, ICE의 행정조치가 향후 운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에서, 효성중공업은 테네시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에서, LS일렉트릭은 유타 시더시티의 배전시스템 생산법인에서 각각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생산 중이다. 세 기업 모두 내부 점검 결과 “비자 규정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멤피스 공장은 장기 체류 비자를 취득한 주재원 중심으로 운영 중이며, 필요시 현지 채용을 통해 인력 보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도 “정식 비자 소지 인력 위주로 공장을 운영 중이며, 현지 고용도 병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 텍사스주 배스트럽에 생산·연구 복합 캠퍼스를 완공하며 북미 전력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약 1850억원을 투자해 앨라배마 공장 증설에 들어갔고, 효성중공업은 680억원을 들여 멤피스 공장을 내년 말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업계는 전력기기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단기 근로자 파견보다는 장기 주재원 비자 활용과 현지 채용 비중이 높아, 이번 ICE 단속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 내 전력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인해 향후 설치·시운전 등 단기 기술 인력 파견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자 관리가 미국 내 운영 리스크로 급부상한 만큼, 인력 파견 시 서류 명기, 현지 급여 수령 금지 등 세부 규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며 “단속 장기화 시 증설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내 전력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전환 정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업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209억원 중 전력기기 부문이 1조2797억원(67%)을 차지했다. 효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중공업 부문 매출이 1조7922억원(전체의 69%)이며, LS일렉트릭은 상반기 2조22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사의 북미 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 대비 평균 약 20%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력기기 업계는 향후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에 따라 북미에서의 입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비자 리스크를 포함한 현지 운영 체계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