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력기기 업계가 미국의 초고압변압기 관세 부과로 연간 최대 1600억 원대 부담에 직면한 가운데, 앨라배마주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현지 공장이 대응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철강·알루미늄 파생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용량 1만㎸A 초과 유입식 변압기와 부품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한국의 관련 대미 수출액은 약 6억 달러(8392억 원) 규모로, 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현재 울산과 앨라배마 공장을 풀가동해 북미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앨라배마 공장은 미국 내 초고압변압기 공급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185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7년 제2공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CAPA)이 크게 확대돼 미국 현지에서의 직접 공급 비중이 늘어나고, 고율 관세에 따른 리스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 증설은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관세·물류·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반은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고객사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산업 성장과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로 초고압변압기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자 우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앨라배마·테네시 등 현지 공장 증설이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 역시 테네시 멤피스 공장에 5100만 달러(720억 원)를 투자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증설 중이다. 업계는 이번 미국 관세 조치가 한국 전력기기 업체들의 북미 현지화를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