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내 생산량과 부품 매입을 대폭 늘리며 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이후, 양사는 현지 생산 차량의 대다수를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 상반기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17만9900대, 조지아 메타플랜트(HMGMA)에서 3만7314대를 생산해 총 21만7214대의 현지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7만6400대) 대비 약 4만대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생산량(197만1255대) 대비 미국 생산 비중은 11%에 달해 전년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기아 역시 조지아 공장(KMMG)에서 18만500대를 생산해 기아 글로벌 생산량(147만6302대)의 12.2%를 차지했다. KMMG의 상반기 가동률은 101.4%에 달해 완전 가동 수준을 유지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미국 내 부품·원자재 매입액이 6조7367억원(HMMA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했다. 새로 가동된 HMGMA에서도 1조8035억원어치를 매입했다. HMGMA는 1분기에 6023억원 수준이었으나 2분기에만 1조원 이상을 추가 매입해 현지 조달을 크게 확대했다.
현대차 전체 부품·원자재 구매에서 미국 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7.5%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기아 역시 부품 매입액이 6조7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늘었다.
미국 정부가 4월부터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하자, 현대차·기아는 생산 차량의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HMMA의 경우, 상반기 생산 차량 중 미국 내수 판매 비중이 97%를 넘었고, HMGMA는 전량을 미국 시장에 판매했다.
HMMA에서는 투싼(43.5%), 싼타페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39.9%), 싼타크루즈(9.2%), 제네시스 GV70 내연 및 전기차(7.4%)가 주로 생산됐다. HMGMA는 아이오닉 5, 아이오닉 9 등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으며, KMMG는 텔루라이드, 스포티지, 쏘렌토 등 레저용차량(RV) 중심이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위탁 생산해오던 일부 물량도 미국으로 이전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던 투싼을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전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은 올해 상반기 14만3080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지만,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되며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요건인 75% 북미산 부품 비율과 고임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무관세 혜택을 받기 어려워, 멕시코 공장의 활용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이고, 멕시코산 차량은 원칙적으로 25%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활용이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도 북미 시장 수요 및 정책에 맞춰 미국 내 생산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