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하향 조정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초 25% 관세가 연간 지속될 경우 9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번 타결로 예상 피해 규모는 1조6000억~3조5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대차그룹은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차원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 전략에 한층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 ‘최악은 피했지만’… FTA 효과 상실로 여전히 불리한 조건
하지만 15% 관세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치다. 일본이나 유럽연합과의 관세 수준과는 동일하지만, 한미 FTA로 유지돼 왔던 12.5% 관세 혜택은 상실됐기 때문이다. 그간 현대차·기아가 누려온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었던 FTA 효과가 사라지며 토요타·폭스바겐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잃게 된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5%는 절반의 성공”이라면서도 “현지 시장 점유율과 소비자 반응까지 고려할 때 판매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결국 영업손실을 얼마나 내부적으로 흡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 조정에 따라 현대차·기아가 최대 3조5000억원까지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완전히 면제되지 않은 만큼,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 미국산 비중 높은 현대차·기아, 가격 인상 압력은 낮아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편으로,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차량 중 미국산 비중은 33%였고, 멕시코·캐나다산 차량 비중은 9%에 불과하다.
반면, 폭스바겐은 43%, 토요타는 27%가 멕시코·캐나다산으로, 이들 국가는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경쟁사 대비 현대차·기아의 부담은 낮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