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에 대해 항만 입항료(port entry fee)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예외 적용을 요청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입항료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기업들과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등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최근 USTR에 공동 의견서를 제출하고, “자동차 운반선에 대한 항만 입항료 부과의 필요성을 신중히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의 조선·해운 산업 지배력 차단과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미국 외 국가에서 건조된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 시 해당 운반선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다.
한국 정부는 “한국의 해운 및 자동차 산업은 한미 제조·물류 가치사슬의 핵심”이라며, “이미 자동차와 부품에는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여기에 입항료까지 추가되면 이중 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입항료 부과 횟수를 연간 5회로 제한해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한국의 대응은 수출 경쟁력 보호와 더불어 한미 경제 협력의 상징성을 고려한 전략적 요청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의견서에는 현대차·기아의 조지아주 및 앨라배마주에 대한 대규모 현지 투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이어진 고용 창출 효과도 명시됐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의 재집권 이후에도 21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미국 내 추가 투자를 발표한 상태다.
정부는 “한국은 미국 내 고품질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공급망 회복력 강화라는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 선박에 대한 면제 또는 완화 조치를 재차 요청했다.
업계는 미국 정부의 입항료 정책이 시행될 경우, 수출 물류비 상승과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 둔화와 더불어 한미 산업 협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