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성일하이텍이 미국 조지아주에 추진하던 3700만달러(약 504억원) 규모의 공장 설립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결정은, 연방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와 맞물려 조지아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7월 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글로벌애틀랜타는 성일하이텍이 조지아주 스티븐스카운티 토코아시 내 헤이스톤 브래디 산업단지 부지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세우고 1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철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산업단지는 조지아 주정부가 약 70만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해 조성한 핵심 투자 유치 지역으로, 성일하이텍의 입주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최근 스티븐스카운티 산업 당국은 “성일하이텍이 철수하면서 해당 부지를 다시 매입해 다른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브리타니 아이비 스티븐스카운티 경제개발청 대표는 지역 방송을 통해 “성일하이텍은 협력적인 파트너였으며, 앞으로도 유사한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 철회의 배경에는, 지난 7월 3일 미국 연방 의회를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The Big Beautiful Bill)의 영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전기차 신차 구매 보조금(최대 7500달러)을 2025년 9월 30일까지만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소비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미국 내 청정에너지 투자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철회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결정에 그치지 않고, 조지아주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배터리 벨트’ 프로젝트 전반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조지아주는 현대자동차, SK온, 한화큐셀 등 한국 대기업들이 대규모 전기차 및 청정에너지 생산기지를 집중해온 거점이다. 현대차와 SK온은 각각 50억달러, 한화큐셀은 23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 투자는 연방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기반으로 이뤄졌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프레이어 배터리(26억달러 규모)와 아스펜 에어로젤 등 유럽계 기업들도 최근 조지아 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단체 클라이밋파워(Climate Power)는 IRA가 발효된 2022년 이후 조지아주에서만 128억달러 규모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33건이 발표됐으며, 이 중 상당수가 아직 공사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를 통해 창출될 예정이던 4만 1700여 개의 일자리 또한 불확실해진 상태다.
조지아 주정부는 “연방 보조금 없이도 청정에너지 산업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 등 핵심 기업들은 “보조금 종료로 인해 사업 계획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조지아주의 청정에너지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성일하이텍의 투자 철회는 한국 기업의 조지아 내 투자 신뢰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