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예고한 ‘상호관세’가 되레 미국 경제를 불확실성에 몰아넣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특히 교역 국가와 품목마다 다른 세율을 적용한다는 구상은 미국 기업의 셈법만 복잡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도록 하는 것이라지만 진짜 문제는 미국에 공장을 둔 기업들도 전 세계 부품과 원료에 의존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미국은 150여개국에서 수천 종 이상의 품목을 수입하는데, 개별 관세율을 일일이 계산하려면 엄청난 품이 든다. NYT는 이 같은 문제가 미국 제조업뿐 아니라 소매 기업들에도 ‘실행의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인 테드 머피는 NYT 인터뷰에서 “150여개국에서 오는 상품을 분류해 각각 다른 관세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A로 시작하는) 알바니아에서 (Z로 시작하는) 짐바브웨까지 다 작업해야 한다. 이는 거의 헤라클레스급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 가운데 4분의 1 이상은 부품과 원료다. 이런 상품에 관세를 붙여 더 비싸게 만들면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까운 멕시코나 중남미로 생산기지를 옮긴 ‘니어쇼어링’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매 대기업 월마트는 중국에 있던 공장을 멕시코와 인도로 옮겼고, 의류업체 컬럼비아는 중미에 공장을 지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메드소스는 중국에서 콜롬비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비영리 국제 전자산업 협회인 IPC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경제를 손상할 것이라며 “제조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급망을 방해하며 미국의 전자산업 근간을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상호관세가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치러야 할 비용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는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에도 어긋난다.
상호관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상호관세가 대외 협상용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정권 재무부에서 일했던 크리스틴 맥대니얼 조지메이슨대 연구원은 “해외시장 개방을 유도해 무역을 촉진할 가능성도 작지만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