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서 서울성모병원 교수들까지 이번 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형병원인 빅5 병원 교수 모두가 병원을 떠날 각오다.
이도상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7일 뉴스1에 “사직서는 1차로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차로 4월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제출한다. 각 교수가 밀봉해 각 병원 비대위에 낸다”며 “사직은 교수 스스로 결정한 자발적 사직으로 8개 병원과 대학이 함께 한다”고 밝혔다. 가톨릭의대는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이들의 결정으로 국내 빅5 병원 교수들 모두 이번주 안에 사직서를 내게 됐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들, 울산대의대-아산병원, 연세대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지난 25일부터 사직서를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제출했다. 성균관의대-삼성병원 교수들도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한다.
빅5 병원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40개 의대 대부분의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집단 사직 첫날에만 어림잡아 전국에서 1000명 내외의 의대 교수들이 사직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사직 행렬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여전하다. 되레 사직서 제출을 강요하는 행위를 잡겠다며 현재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보호·신고센터의 신고접수 대상을 의대 교수까지 확대해 교수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윤 대통령의 주문에 의료계와 대화에 팔을 걷어붙인 한덕수 국무총리의 행보도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지난 25일 서울대병원장, 연세대총장, 울산대총장 등 의료계 인사들과의 만남을 가졌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을 만나지 않아 “앙꼬 없는 찐빵과의 만남”이라는 등 비판을 받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4.3.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은 여전히 “2000명 전면 백지화”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절대 불가”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2000명은 이미 배정 완료된 상황”이라며 “전제 조건없이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서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어 “의료개혁이 완성될 수 있게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과감한 재정 투자, 지역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에 계속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과 학교별 배정을 확정하였고 대학입학전형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5월 내로 후속 조치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 정부를 통해서는 갈등이 해결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전국의대교수협의회나 새로 당선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나 2000명 백지화도 그렇지만 조규홍 장관과 박민수 차관을 빼라는 것인데 이 상황에선 여당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의료계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언급을 해 왔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도 ‘(의대 정원) 규모 조정을 포함해 대통령실에 중재안을 제안할 생각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걸로 배제한다면 건설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재논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실에서는 안 물러나려고 하겠지만 결국은 선거 날짜가 다가올수록 여당에서는 조급해지기 때문에 결국은 여당 힘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들은 사태 해결을 못하는 무능력으로 보기 때문에 여당 쪽에서는 선거 이슈로 움직이는 것이고 지금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