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전용 열차가 러시아를 향해 출발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 또한 관련 동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김 총비서의 열차가 이동 중인 정황이 포착된 데 대해 “구체적인 정보사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전용 열차 ‘태양호’는 북동부 러시아 접경지를 향해 느린 속도로 이동 중이다. ‘태양호’가 러시아로 향할 경우 이날 밤사이 국경을 지나 12일 오전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연해주 하산역 일대에선 지난 9일부터 청소와 시설 정비 등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날엔 하산역 플랫폼에 ‘레드카펫’이 깔렸고, 사전 점검을 위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측 인사들도 목격됐다고 한다.
김 총비서의 열차 이동 소식이 전해진 이날은 하산역 주변 경비태세가 강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비서는 앞서 2019년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첫 회담을 위해 전용 열차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방문했을 때 중간에 하산역에 내려 러시아 당국자들의 영접을 받고, 역 인근의 ‘조선·러시아 우호의 집'(일명 ‘김일성의 집’)도 방문했다.
따라서 현재 이동 중인 ‘태양호’에 김 총비서가 타고 있다면 4년 전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블라디보스토크에선 10~13일 나흘간 일정으로 ‘동방경제포럼'(EEF)이 열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열리는 EEF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 총비서가 이번 EEF 기간 중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임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 총비서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 간 회담이 열릴 경우 북러 간 상호 군사협력 방안 등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포탄 등 재래식 무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과 정찰위성·핵추진잠수함 개발 등을 위한 핵심기술 확보가 필요한 입장인 만큼 이를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거래’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 이 같은 북러 간 무기거래 전망에 관해 “확인된 건 없지만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북한과의) 무기거래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만약 (북러 간) 무기거래가 시도된다면 중단을 촉구할 것”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러시아의 대북 식량·유류 공급, 북중러 연합군사훈련 등에 관한 사항이 북러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