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지위를 잃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경제인협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환골탈태에 나선다. 전경련은 ‘글로벌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전환을 첨단에 세웠다. 보수주의 성격이 강한 헤리티지 재단이 모델로 점쳐졌으나, 보다 중립적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형태를 지향할 전망이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기관명을 한경협으로 바꾸고, 싱크탱크형 경제단체 전환을 위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했다. 새 기관명은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후 확정될 예정이다.
경제단체가 싱크탱크 형태로 바뀌면 회원사들의 이익을 주장할 때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내세울 수 있다. 기존 전경련 체제에서는 이슈 대응 수준의 연구에 그쳤다면, 새 얼굴의 한경협은 선제적인 연구로 글로벌 수준의 대안 제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도 4대 그룹 수준의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연구기관을 갖고 있지만, 개별 연구로만 진행돼 이를 묶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경협은 기업 자체 연구의 간극을 메우고, 아직 연구기능이 부족한 기업들의 몫까지 수행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경련이 싱크탱크화 되면 보고서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을 낼 수 있다”며 “단순히 로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를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전경련의 싱크탱크화를 두고 가장 많이 거론됐던 모델은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이다. 1973년 설립된 보수주의 성향의 싱크탱크로, 진보적 성격이 강한 브루킹스 연구소와 미국 대표 싱크탱크로 꼽힌다. 경제·정치·안보·외교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허창수 전 회장 시절부터 헤리티지 재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이 크게 휘청할 때도 싱크탱크 전환을 두고 헤리티지 재단과 일본의 게이단렌 모델 등이 제시된 바 있다.
다만 류 신임 회장이 꺼내든 모델은 미국의 CSIS였다. CSIS는 외교 전문 싱크탱크로,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보수적인 성격을 띄지만, 진보 성향의 인사들도 많아 중립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과거 보수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농단 사태를 겪었던 만큼 중립적인 롤모델로 정경유착 논란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읽힌다. 류 회장은 또 CSIS의 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류 회장은 “(CSIS 모델이) 뉴트럴(중립적)하고 모든 분야의 이슈들,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보들을 줄 수 있다”며 “헤리티지 재단, 브루킹스 연구소 등도 좋지만 CSIS를 중심으로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또 “다른 싱크탱크들과도 아웃소싱하고, 해외와도 네트워크해서 보고서만큼은 제일 좋은 보고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