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업신여긴다는 이유로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사형이 구형된 ‘악마가장’에 대한 선고재판이 미뤄졌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부(남천규 부장판사)는 이날 낮 1시50분 예정됐던 고모씨(45)에 대한 살인혐의 선고기일을 5월12일로 연기했다.
선고기일 연기는 담당 재판부에서 직권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선고기일 연기는 검찰 측 또는 피고인 측의 기일변경 요청이 있거나 추가심리 필요성이 인정될 때 이뤄진다.
당연히 검찰 구형에 대한 양형 검토 등 선고의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도 변경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추가심리 사안이 없고 검찰 및 피고인 측의 선고기일 연기신청도 없는 것으로 볼 때 재판부가 검찰의 ‘사형구형’을 놓고 숙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31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둔기를 사전에 구입한 뒤 가족 살해 후 자살로 위장하려 했고,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며 태연히 유족 행세도 했다”며 “흉기 범행 시에는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잔혹했으며, 그 과정에서 ‘아디오스 잘가’라고 말하는 등 마치 살인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고씨의 잔악함을 알렸다.
이어 “피고인은 범행 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다중인격장애, 기억상실을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모두 거짓으로 판명됐다. 과연 자신의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지, 죄의식을 느끼는 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 사건 범행의 반인류성, 피해의 중대성 등 모든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이고, 그래야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다”며 사형선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고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잠시나마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 죽을 수 있는 자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을) 안 하지 않냐.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사법부를 농락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고씨는 지난해 10월25일 오후 8시10분쯤 경기 광명시 소하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부인 A씨(42)와 아들 B군(15), C군(10)을 둔기로 수십여차례 내려치고 흉기로 목부위 등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에게 사형이 선고될 경우 경기남부지역에서는 수원 토막살해범 오원춘(2012년 6월 사형 선고) 이후 11년만의 ‘사형선고’ 사건이 된다. 안산지원에서는 연쇄살인마 강호순이 14년 전인 2009년 4월 부녀자 1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