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13일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의 비행특성이 기존 IRBM·ICBM과 달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고각(高角·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100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또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의 정점고도는 3000㎞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의 과거 IRBM·ICBM 발사 땐 볼 수 없었던 제원이다.
이에 대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ICBM ‘화성-14형’ 첫 시험발사 땐 2800㎞까지 올라갔다”며 “오늘 발사는 IRBM보단 ICBM급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15일)을 앞둔 시점에서 시시한 무기체계를 시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군 당국도 북한의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가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을 위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인민군 창건 제75주년 열병식 당시 처음 공개했던 고체연료 기반 ICBM의 추진체 등을 활용한 시험 발사를 진행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탄도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과 비교했을 때 발사 순간 엔진 노즐에서 분출되는 화염 형태와 색깔 등이 다르다. 또 고체연료 미사일은 순간 추력이 강해 상승 속도 또한 액체연료 미사일보다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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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은 시민들이 망원경을 통해 북한 쪽을 바라보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
게다가 고체연료 추진방식의 미사일은 액체연료 방식과 달리 연료 보관·주입 및 발사과정에서 시간적·물리적 제약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군사적 효용성을 갖는다. 이는 감시·정찰자산을 이용해 미사일 발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기도 어렵단 애기다.
북한이 그간 고체연료 ICBM을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중요 과업 중 하나로 추진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작년 12월1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ICBM급 추력 140톤포스(tf)의 신형 고체연료 로켓엔진 연소시험을 진행다. 이어 올해 1월29~30일쯤엔 북한 함경남도 함주군 소재 마군포 로켓엔진시험장에서도 고체연료 엔진 연소시험을 실시한 정황이 상업용 인공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와 관련 신 국장은 “북한이 오늘 (고체연료 ICBM의) 1차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데이터를 얻은 뒤 추가 발사를 할 것이다. 이달 하순 한미정상회담 시기에 맞춰선 비행거리를 더 늘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북한의 오늘 시험발사는 첫 시도치곤 잘 된 것으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류 위원이 “북한이 뭘 목표로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추후 북한의 공개 보도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이달 중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이날 미사일 발사도 위성 개발 시험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