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12일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2발을 수중에서 발사한 사실을 탐지했으나 ‘기만전술’ 가능성 등에 대비하기 위해 그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고 13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전날 오전 북한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시험발사된 SLCM 2발을 포착했다. 북한은 그동안 잠수함을 이용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쏜 적은 있으나, SLCM을 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원점으로 지목된 신포 일대엔 북한의 잠수함 기지와 SLBM 개발시설 등이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SLCM 2발을 신포급(고래급) 잠수함 ‘8·24영웅함’의 수직발사관(VLS)과 어뢰발사관에서 1발씩 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고, 특히 발사한 2발 가운데 1발은 수직이 아닌 경사 각도로 쐈는지 등도 함께 분석 중이다. ‘8·24영웅함’엔 VLS가 1문만 탑재돼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3월 동계훈련 막바지 검열의 일환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이번 발사가) 정상적으로 변함없이 이뤄지는 상태란 뜻의 ‘경상적 태세’란 용어를 썼지만, 우린 초기 단계의 시험 발사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보도를 통해 전날 SLCM이 ‘전략순항미사일’이며 동해상에 설정된 8자형 궤도를 따라 7563~7575초(약 2시간6분)간 비행한 뒤 1500㎞ 거리의 표적에 명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해당 보도 내용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제원에 관한 부분은 우리가 파악한 것과 북한이 발표한 것 간에 차이가 있어 현재 한미 당국이 분석 중”이라며 “어느 정도의 기만과 과장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합참은 북한의 이번 SLCM 발사 사실을 하루가 지난 이날 오전 5시50분쯤에서야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공지해 ‘실시간 파악에 실패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SLCM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전날 SLCM 발사·비행도 탐지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측이 먼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을 경우 그에 따른 북한의 기만전술과 과장 등이 뒤따를 수 있어 그 시기를 늦췄을 뿐이란 얘기다.
북한은 지난달 22일에도 함경북도 김책시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우리 군은 “한미가 파악한 정보와 다르다”며 북한의 기만전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북한은 한미 군 당국의 탐지능력 확인 등을 위한 목적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뒤 우리 군이 탐지·분석한 것과 다른 주장을 하는 기만전술을 종종 펴곤 한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은 발사 직후부터 수백m 이하의 저고도로 비행하는 게 가능해 원거리에선 대공레이더를 이용한 탐지가 어렵고 미사일 방어·요격체계를 교란할 수 있어 우리에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공군 방공관제레이더의 24시간 감시로 북한 잠수함이 우리의 측·후방으로 돌아와 순항미사일을 쏴도 충분히 탐지할 수 있다”며 “지상방공유도무기 또는 공군 전투기를 통해 요격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쏜 SLCM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단정할 순 없다”며 “분석 중”이라고 답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나 순항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은 북한이 현재 여러 개의 잠수함 부대를 운용하고 있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일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6발을 발사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우리 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는 올해 5번째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엔 이날부터 11일간 실시되는 한미연합 군사연습 ‘자유의 방패'(FS·프리덤실드)에 대한 반발성 무력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임관식 참석을 계기로 우리 해군의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 오른 사실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이번에 잠수함을 이용한 미사일 도발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단 관측도 나온다.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도산안창호함’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VLS 6문이 탑재돼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FS 연습이 시작됐다”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연습을 방해하려고 해도 한미동맹은 연습을 정상적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