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지인들과 또는 혼자 마시는 술 한 잔은 그날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마시지 않으면 허전하고, 마시는 양도 점차 늘며 충동적으로 술잔을 들었다면 이른바 알코올 중독으로 알려진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 의존, 폭넓게는 알코올 사용장애…’얼마나, 자주’ 중요
30일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의 전용준 내과 원장에 따르면 알코올 의존증은 의학적으로 뇌가 술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최근에는 알코올 사용장애라는 개념이 폭넓게 쓰인다.
공식적인 질환의 이름으로 ‘알코올 중독’이 쓰이진 않는다. 과한 음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것은 알코올 남용이고, 남용이 심한 경우 의존에 이른다. ‘알코올 사용장애’에 알코올 남용과 알코올 의존이 포함된다.
전용준 원장은 “갑자기 발병하는 질환은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신체적, 정신적으로 변화를 보이는 만성적 질환”이라며 “마시는 양이나 횟수만 가지고 진단할 수 없다. 의학적으로는 술에 대한 내성과 금단 현상의 유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충동적으로 마시며 음주량 증가 △안 마시면 손 떨림, 마음 불안 △의도했던 것보다 많이, 오래 음주 △조절 실패 △술을 구하려, 마시려, 깨어나려 많은 시간 소비 △술 때문에 사회활동 포기 △신체, 정신 문제를 알면서도 음주 등 7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전 원장은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며 “무조건 많이 마셔야만 생기는 게 아니다. 소량이라도 꾸준히 매일 마시면 내성이 생겨 결국 의존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적정량 이상의 알코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위에 악영향을 미치는데, 혈액의 공급량이 많은 뇌세포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그래서 충동적,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뇌의 기억장치인 해마가 손상돼 필름이 끊기는 현상인 ‘블랙아웃’도 발생한다.
전 원장은 “지속적인 과음과 폭음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의 크기를 줄여 전반적으로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며 “오랜 기간 술을 마신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뇌를 단층 촬영해보면 정상인 뇌에 비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편견에 환자들 ‘낙인’ 두려워 해…”인식개선 필요”
직장,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회피하다 심각한 상황을 겪고서야 입원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단순히 술을 끊는 것뿐만 아니라 평생 술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 원장은 강조했다.
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 동기강화치료, 약물치료 등이 있다. 동기강화치료는 술을 끊는 의지를 키우는 것이며 약물치료는 약물을 사용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신경계 작용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일상생활이 어렵고 신체적 금단 증상이 심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