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현재는 공화당이 다소 앞서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는 야당인 공화당이 미국 상·하원의 다수당이 되면 전기차 판매의 발목을 잡았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개정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면 여야를 막론하고 미국 우선주의가 팽배하기 때문에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IRA의 전면 개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일종의 보조금인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IRA 시행 이후 미국 시장에서 판매 계약된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 제외된 상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된 차량이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유권자 7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화당 지지율이 50%, 민주당은 48%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화당이 여당인 민주당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이미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IRA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다수당이 되는 첫날 IRA관련 예산 폐기 의사를 밝혔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IRA 개정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IRA는 변화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출신의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민주당)은 IRA 세제혜택 관련 일부 조항을 유예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테리 스웰 민주당 하원의원(앨라배마주)도 지난 8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일본 등 전기차 생산국에서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대규모 대미 투자계획까지 밝힌 상태라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선거가 끝나면 완화된 하위규정이나 개정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IRA 관련 우려를 잘 알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받았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5일부터 IRA 이행을 위한 하위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일(현지시간)까지 각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한국의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그룹, 한국무역협회 등 각계에선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을 3년간 유예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했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착공시기를 지난 10월25일로 앞당겼다.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 IRA 피해를 최대한 막겠다는 것이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4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IRA 시행으로 북미 시장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다.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까지는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그 기간에 전기차 판매가 계속 중단되면 브랜드 인지도가 하락하고, 딜러망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현대차 측에서는 중간선거 이후, 적어도 올해 내에는 IRA 관련 변화를 바라는 모습이다. IRA법안은 미국산 전기차의 세제혜택 대수 제한도 풀었는데, 대수 제한은 올해까지는 그대로 적용된다. 내년이 되면 테슬라는 대수 제한 없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공화당 등에서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하니, IRA 유예나 법 개정이 수월하길 바라는 상황”이라며 “내년 전에는 적어도 수정된 IRA 시행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가 끝나더라도 IRA의 전면 개정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봤지만, 자국 우선주의 지속으로 법이 변경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펴고 있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며 “정부의 대처도 분명히 늦었는데, 지금은 정부가 미국에 상당히 세게 나가서 우리 기업의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