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물가가 전년 대비 5.7% 상승하면서 오름폭을 다시 키운 가운데 당분간 고물가 추세가 꺾이긴 어려울 전망이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 선행 지표들이 상승하고 국제유가, 환율 등에 따른 물가 상승압력 가능성도 적지 않다.
3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상승했다. 전월(5.6%) 대비로는 0.1%포인트(p)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꾸준히 확대되다 지난 7월에 6.3%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를 나타내며 2개월 연속 둔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둔화 흐름을 깨고 다시 확대 전환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공공부문의 요금 인상을 비롯해 경유나 등유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물가가 다시 오르더라도 5%대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세의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상승세 자체는 불안한 흐름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중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2% 올라 마찬가지로 전월(4.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률은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승 추세다. 당분간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16(2015년 100 기준)으로 전월 대비 0.2% 올라 한 달 만에 다시 상승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되는 지표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9월 수입물가지수는 154.38로 8월(149.46)보다 3.3% 오르며 석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물건 가격이 올라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다. 수입물가지수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7~8월 연속 낮아졌지만, 환율 급등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국제유가 역시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느냐, 동절기에 유가가 어떻게 변하느냐 등의 요인이 물가 상승률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융시장, 자금시장의 경색 때문에 금리를 많이 올리지 못 할 것”이라며 “금리를 높이는 것으로 물가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동절기에는 고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5%대 물가를 예상하고 있다. 기재부는 “앞으로 물가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기간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장철 채소류 수요 확대,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리스크도 여전히 잔존한다”고 설명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 “당분간 5%대 높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지금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7월이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