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신체에서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 역할이나 다름없다. 안구벽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고 투명한 막을 ‘망막’이라고 하며,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칫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망막에도 희귀질환이 나타나는데 관련 내용을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주광식 교수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 4000명 중 1명꼴…희귀 유전성 망막질환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다양한 희귀 유전질환 중에서도 우리 눈에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약 4000명 중 1명 정도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50만명이, 국내에서는 약 1만~1만5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외에도 스타가르트병, 원뿔세포이상증, 선천비진행성야맹증, 유전성 유리체망막병증 등 다양한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이 있다.
◇ 태어날 때부터 심각하거나 평생 모르거나…유전자 돌연변이, 왜?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은 망막 시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 유전자는 70~80개(비증후군성)에 이르며, 야맹증을 비롯한 시야 감소, 시력 저하, 눈부심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위치와 종류, 유전적 배경과 같은 개인적 차이 등에 따라 환자마다 다르다. 심한 경우에는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망막 이상을 보이는 반면, 또 어떤 환자는 평생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의 발생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 몸의 유전자는 부모님에게 각각 하나씩 물려받은 한 쌍의 형태로 존재하며, 한쪽에만 이상이 생겨도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가족 중 질환이 있는 사람이 여러 명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한 쌍의 유전자가 모두 이상이 있어야 발생하는 질환은 부모님 두 분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한 쌍이 모두 이상이 있어 나타나게 되며, 같은 형제에게는 1/4의 확률로 발생하기 때문에 가족 중 한 명만 질환을 앓을 수 있다.
이 밖에도 환자에게만 우연히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환경적·개인적·유전적 소인에 따라 같은 가족 내에서도 질환이 나타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 원인 유전자 단정 짓기 어려워…”부정적 인식부터 떨쳐야”
최근에는 한 사람의 유전자를 수일에서 수 시간 내에 분석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희귀 유전망막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이른 시일 안에 효율적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와 환자 데이터의 부족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약 절반 정도에서는 아직까지 원인 유전자를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또한 다양한 안과 질환이 망막색소변성증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이 질환으로 알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일부는 심한 포도막염으로 진단돼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2017년, 실명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암시’에 대한 유전자 치료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선천성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가 탄생했다.
과거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유전성 질환에 대한 근본적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현재 다양한 희귀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 유전자 변이는 인종적·지역적 차이가 매우 크다. 또 환자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원인 유전자 변이를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경우에는 병원과 정보, 환우회 간 연계를 통해 적극적인 검사와 임상시험 연구들이 이뤄져 왔고, 그 결과가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희귀’, ‘유전병’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버리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