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기본요금이 1만원이 넘는다고요? 너무 비싼데요”
“좀 더 내도 되니 잡히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심야 택시대란 해소를 위해 서울시가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들자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요금 인상 폭이 지나치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반면 편하게 이용할 수만 있다면 요금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29일 서울시와 택시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오는 12월부터 심야요금제 적용시간은 밤 12시에서 10시로 당기고 내년 2월부터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조정안을 승인했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심야 택시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출비까지 포함하면 심야 기본요금이 1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동작구에서 종로구로 출퇴근하는 이모씨(28·여)는 “아무리 심야라지만 평소보다 2배나 비싼 1만원 이상이 기본요금이라는 것은 지나치다”며 “출퇴근 거리가 10㎞도 안 되는데 앞으론 심야에 택시를 타면 2만원도 넘게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인천과 여의도를 오가는 직장인 최진형씨(46)는 “심야만이라도 요금이 올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할증률을 40%까지 높이는 것은 과도하다”며 “지금도 4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앞으론 숙소를 잡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심야 요금의 경우 기본요금이 최대 6700원, 호출료(5000원)를 포함하면 1만1700원으로 대폭 오른다. 현재는 기본요금 4600원, 호출료는 3000원수준이다.
다만 이같은 요금 인상안이 심야 택시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았다. 여의도에서 경기도권으로 출퇴근 중인 직장인 유모씨(38)는 “택시를 못 잡아서 밤에 1~2시간씩 대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2배 이상으로 올라도 상관없으니 잡히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종로구 직장인 안모씨(48)는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서 심야 택시난이 계속되는 것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은 결국 택시 기사의 수입”이라며 “심야 요금을 높여서 택시 공급을 늘리는 게 당연한 방안”이라고 기대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인 택시 기사 10만2000명 중 2만9000명이 코로나19 이후 배달, 택배 등 업종으로 옮겨갔다. 서울은 법인 택시 기사 3만명 중 1만명이 이직해 심야 시간 택시 5000대가량이 부족하다.
법인 택시 기사 50대 A씨는 “일단 요금이 오르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 젊은이들이 야간에 일하려고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심야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택시 규제를 대폭 해제해 공급을 확대하고, 심야 시간 탄력 호출료 인상 등을 검토하는 등 추가 대책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공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난폭운전, 골라태우기, 배차 지연 같은 서비스 질을 높일 방안은 없다는데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송파구 거주 정모씨(31·여)는 “택시 타면서 마음이 편했던 적이 별로 없다”며 “요금이 올라가는 만큼 서비스도 개선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은 없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기회에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모씨(40)는 “왜 우리나라만 우버 같은 서비스를 막아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장 단순한 해법이 있는데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정씨는 “타다 같은 서비스가 재등장하면 택시와 경쟁하면서 공급 문제도 해결하고 서비스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