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화학과 서명은·이해신 교수 공동연구팀이 탄닌산(tannic acid)과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섞어 생체친화적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KAIST에 따르면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과일 껍질, 견과류, 카카오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탄닌산은 접착력과 코팅력이 강해 다른 물질과 빠르게 결합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 탄닌산을 물에 녹는 고분자와 섞으면 마치 젤리같이 끈적이는 작은 액체 방울인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가 가라앉는다. 이 때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사용하면 독성이 낮은 의료용 접착제로도 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코아세르베이트는 근본적으로 액체에 가까워 큰 힘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접착력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두 종류의 생체적합성 고분자를 조합해 접착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이하 PEG)과 폴리락틱산(polylactic acid, 이하 PLA)은 모두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 사용을 허가받은 물질이다.
안약, 크림 등에 많이 사용되는 PEG는 물에 잘 녹는 반면 젖산(lactic acid)에서 유래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PLA는 물에 녹지 않는다.
이 둘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분자로 만든 블록 공중합체(block copolymer)를 물에 넣으면 물에 녹지 않는 PLA 블록이 뭉쳐 분자집합체인 미셀(micelle)을 만들고 PEG 블록이 그 표면을 감싸게 된다.
이 미셀과 탄닌산이 섞여 만들어진 코아세르베이트는 PLA 성분으로 인해 고체처럼 단단하면서도 PEG보다 훨씬 접착력이 높다.
또 연구팀은 마치 금속을 열처리하듯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미셀과 탄닌산 사이의 상호작용이 점차 견고해지면서 코아세르베이트의 물리적 성질이 100배 이상 향상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아울러 모발 끝에 이 접착제를 발라 피부에 심는 동물실험을 통해 모발 이식용 접착제로써 응용 가능성을 보였다.
이해신 교수는 “모낭을 옮겨심는 기존 모발 이식 방식은 여러 번 시행하기 어렵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를 보완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