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봉쇄 정책에 따른 경기침체와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 등으로 지난달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이 4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고 당분간 반도체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의 통제 여파로 한국 반도체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 가능성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8월 반도체 집적회로(IC)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247억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8월 중국의 IC 생산량은 2181억개로 전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8월 생산량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1년10개월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며 전년 대비 생산량 감소 폭은 중국 당국이 반도체 생산량 통계를 월별로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다.
올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봉쇄되면서 전자·IT기기 생산량이 줄었고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전자기기와 반도체 수요 자체도 감소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장비 대중 수출 통제도 중국 반도체 생산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인 극자외선(EUV) 장비의 중국 수출은 이미 금지됐으며 한국·미국·일본·대만 ‘칩4 동맹’도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불안 심리가 지속되면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반도체 재고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점부터 업황·수출 실적이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구매가 재개되면 메모리 재고 증가세가 완화될 것이고 이는 업황 개선의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지난 2019년 다운턴 당시에도 2개 분기 연속으로 가격이 두자리수 이상 하락했지만 세번째 분기부터 출하량이 높아졌고 가격 인하 폭이 줄면서 수급 개선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지난달 기흥캠퍼스 R&D 센터 건설을 시작했으며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 동안 신규 반도체 공장인 M15X에 15조원을 투자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며 “중국을 비롯한 지금의 불황은 단기적 위협으로 생각하며 지금부터 호황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24년쯤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중 패권경쟁과 관련해선 미국과 보폭을 맞추면서도 중국의 손을 놓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지난 7일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거대 시장(중국)을 놓치기는 어렵기에 어느 한 쪽에 편승하지 않고 서로가 이길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