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또 한 번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 인상)을 택할지를 두고 갈림길에 섰다. 앞서 금통위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놨으나 달러·원 환율이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둘 정도로 치솟자, 0.50%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슬슬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시장은 현재로선 빅스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보면서도 한은의 종래 입장이 바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미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20~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할 확률은 64.0%로, 1.00%p 인상 확률은 36.0%로 반영됐다.
시장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은 물론 이를 뛰어넘어 1.00%p 인상될 가능성마저 높게 점치는 것이다.
불과 하루 전만 하더라도 0.75%p 인상 확률은 91.0%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0.50%p 인상 확률도 9.0%에 달했다.
이들의 시각을 하루 만에 뒤바꿔 놓은 것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CPI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률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8.1%를 웃돌았다.
미국 증시는 곧바로 인플레이션 공포에 새파랗게 질렸다. 이날 미국 다우는 3.94%, S&P500는 4.33%, 나스닥은 5.16% 각각 급락했다.

우리나라도 곧바로 미국발(發) 물가 충격에 휩싸였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56% 하락 마감했으며 달러·원 환율은 장중 1395원을 넘으며 1400원을 목전에 두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같다. 그러나 미국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9월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택하면 한·미 기준금리는 곧바로 역전된다.
금융권은 막상 FOMC 회의 이후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되레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우리나라 역시 뒤따라 열리는 10월12일 금통위 회의에서 ‘빅스텝’을 택할 가능성을 차츰 열어두는 분위기다.
다만 우리나라의 심각한 가계 빚 문제를 감안하면 한은이 지난 7월에 이어 10월마저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을 보여주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206.6%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초(超)저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가계빚이 급증한 결과다.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덩달아 오르면 가계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진다.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 약화로 소비가 둔화하면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과도 깊이 연결돼 있어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 부실을 유발해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빅스텝을 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10월에 빅스텝을 또 다시 감행하기에는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수 위축을 감내하면서까지 한은이 빅스텝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빅스텝으로 내외 금리차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이 낮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그보다는 0.50%p의 무리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내수 위축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0월에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