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추석 전인 8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는 로드맵을 짰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선언하고 2선 후퇴했다. 대통령실은 ‘어공'(정치권 출신 정무직 공무원)을 물갈이하는 인적 쇄신이 한창이다. 정부·여당이 한 몸으로 추석 민심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추석 연휴 전인 9월8일 목요일쯤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일과 5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8일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전국위에서 의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당 상임전국위원 55명 중 정점식 의원 등 20명은 전날 상임전국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는 전날 서병수 전국위 의장이 사퇴함에 따라 부의장단 중 연장자인 윤두현 부의장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주재할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2일 윤두현 전국위 의장 직무대행이 당헌 개정안 작성 심의를 위한 상임전국위를 소집할 것”이라며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면 즉각 전국위 개최를 공고해 사흘 후인 5일 전국위를 소집, ARS(전화자동응답시스템) 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를 열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추인했다.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상황’을 명시적으로 규정해 새 비대위의 사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당헌 개정안이 전국위를 통과하면 곧바로 신임 비대위원장 임명 등 후속 절차를 밟아 추석 연휴 전에 새 비대위 구성을 끝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추석 연휴 전인 9월8일 목요일쯤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같은 날 당내 혼란에 ‘무한 책임’을 거론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여권 내홍 사태에 대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그룹의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자, 당내 친윤계 좌장 격인 장 의원이 가장 먼저 ‘2선 후퇴’를 공식화해 사태 수습에 나선 셈이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면서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당 내홍으로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데다, 당 의원총회에서 ‘윤핵관 2선 퇴진’ 요구가 터져 나오자 이를 수용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특히 최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방향이 윤핵관 라인의 ‘어공’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과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새 정부 조각이나 대통령실 인선 작업에 깊이 관여했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차 민심을 가를 추석 명절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여당이 ‘내홍 수습’과 ‘인적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국민적 비판을 받았던 인사 문제를 쇄신해 ‘달라진 모습’을 추석 밥상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 출범과 함께 당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비대위가 추석 전에 닻을 올리려면 일주일 내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각각 두 차례씩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내 반발 목소리가 분출하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시간표’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혹시 돌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서 향후 일정은 유동적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면 9월8일에 (비대위 구성이) 끝나겠지만 혹시 돌발 변수가 생기면 일정이 틀어질 수 있다”고 내심 우려를 표했다.
새 비대위가 꾸려지더라도 비판 여론은 오히려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비대위 반대파’로 돌아선 안철수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이번 법원 결정 자체가 비대위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데, 또 비대위가 성립하기 위해서 새롭게 법(당헌)을 고친다는 것은 소급 입법에 해당한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단지 ‘여당이 법원과 싸우려고 한다’ 이렇게 비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당대표도 ‘윤핵관 2선 퇴진론’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소위 윤핵관을 싫어한다는 여론조사가 많이 나오니 기술적으로 그들과 멀리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말 이들(윤핵관)이 거세됐다면 이들이 지난 한두 달간 당을 혼란 속에 몰아넣은 일이 원상복귀 또는 최소한 중지되고 있나, 아니다”라며 “오히려 무리한 일정으로 다시 그걸(비대위 구성) 추진한다고 한다. 그 말은 위장거세쇼라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