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2살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블럭을 높이 쌓는 놀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기 키보다 높이 쌓고자 하는 바램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이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블럭은 어느 정도의 높이가 되면 무너져 버리고, 이에 아이는 해왔던 일을 반복하며 목표에 다시 도전합니다. 그러나 좀처럼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고, 아이는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맙니다. 아이는 거듭된 실패에 좌절감을 느끼고 그로 인해 화가 나기도 하며,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함에 귀찮기도 하고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 상황이지만 순간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오고 가는 감정은 여러가지 입니다. 복잡한 마음을 아이는 엄마에게 표현하고 싶지만, 특별히 언어 발달 정도가 빠른 아이가 아니라면, 울음으로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전부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메세지를 주고 싶습니다.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요? 아이의 감성지능에 관심이 많은 부모라면,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알려주려 할 것 입니다.

“블럭을 높이 쌓고 싶었는데 (욕구 혹은 바램 읽어주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화(감정)가 나고 슬픈(감정)가 보구나,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니 짜증(감정)이 나기도 하지? 노력했는데 잘 안되면 답답한(감정) 마음이 들기도 하지. 완성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실패해서 좌절감(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어.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어른이라도 그런 마음이 들꺼야(감정 인정 및 공감하기). 좌절된 마음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조금 기다리면 마음이 진정이 되기도 한단다. 같이 한 번 기다려볼까? (감정 조절 안내) ”
엄마는 아이의 욕구 혹은 바램을 알아차리고 그로 인해 유발될 수 있는 감정을 읽어주었습니다. 연령이 어리고 언어발달이 미숙하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가 제시한 감정 단어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엄마의 메세지에 공감과 위로를 받습니다. 자신이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여러가지 감정의 복합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각각의 감정이 유발된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감정 단어로 구체화되고 표현되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복잡한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감정 단어들을 자신만의 감정 사전에 쌓았으며, 사회 관계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배웠습니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육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남보다 두꺼운 감정 사전을 가지며,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나의 감정의 범위가 넓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타인의 감정의 범위도 넓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정을 잘 인식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감정 표현은 그 자체로 감정 조절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 관계 속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은 대부분 부정의 감정들입니다.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부정의 감정들은 엉뚱하게 분출되어 반사회적 행동으로 나오기도 하고, 반대로 참기만 하여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병이 되기도 합니다. 감정 단어에는 부정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긍정의 감정 단어들보다 종류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부정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툽니다. 자신이 느끼는 부정의 감정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면,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강렬한 감정이 느껴지는 순간, 잠시 멈추고 지금 느끼는 감정과 이러한 감정을 유발한 욕구를 인식하고, 사회 관계 안에서 이러한 욕구와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조절되고 해소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정 학습의 출발은 감정과 욕구의 인식과 이를 표현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성장과정에서 주양육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축적되어진 감정 단어 학습은 정확한 인식과 표현의 기본이 됩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감정 인식, 표현을 학습하기 위한 감정놀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문의: szp0149@auburn.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