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존엄하다면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가?”
이 심오한 물음을 던지는 책은 ‘죽음의 격’이다. 존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죽음의 시간(2019)’을 공동 제작해 프래그먼츠 영화제에서 ‘최고 장편상’을 수상한 기자 케이티 엥겔하트가 6년의 집요한 취재 끝에 펴낸 책이다.
이제 행복한 삶의 권리를 넘어 평온한 죽음의 권리를 논하는 시대다. 삶의 존엄을 완성하는 죽음의 존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존엄하게 죽고 싶다고 부르짖는 사람들과 존엄사법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사람들, 존엄사가 인권의 보장인지 침해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판사, 윤리와 신념의 문제로 존엄사를 거부하는 의사,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이유로 존엄사를 진행하고 지지하는 의사…. 우리에게 존엄사 문제는 늘 올바름과 그름의 경계선상에 있다.
2022년 6월15일 ‘존엄사조력법’이 우리나라 최초로 발의됐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제도이자 질병으로 죽음을 앞둔 개인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평온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법에 여론은 82%의 찬성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도리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저자는 우리가 마주할 ‘존엄한 죽음이 보장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1940년대부터 존엄사가 합법인 스위스, 가장 포괄적인 존엄사 기준을 적용하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1994년 존엄사법(오리건주)을 통과시킨 미국 등에서 있었던 죽음과 존엄에 관한 철학적·제도적·법적·윤리적 논의,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돕는 지하조직까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존엄과 죽음에 얽힌 논쟁과 활동 등도 책에 담았다.
◇ 죽음의 격/ 케이티 엥겔하트 지음/ 소슬기 옮김/ 은행나무출판사/ 2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