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모두가 아는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관객 각자의 생각 속에서 형성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역사로 읽으면서는 실감하기 어려웠던 감동을 영상을 통해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2014년 개봉한 ‘명량’으로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례없는 흥행을 이뤄낸 김한민 감독은 다시 한 번 전국민이 아는 역사적 소재를 활용해 실감나는 전쟁 드라마를 완성했다. 결과물은 과연 여름 성수기를 노린 텐트폴 영화다웠다.
지난 19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영화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촬영 때부터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조명하는 3부작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고, 이는 ‘명량’이 성공한 덕에 현실화됐다. 3부작 프로젝트의 두번째 작품은 이번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며, 이 작품의 뒤를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위해 대기 중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실감나는 전투신을 보여줬던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VFX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스펙터클한 전쟁신이 역시나 백미였다. 주요 배경이 되는 한산대첩은 56척의 조선 배가 73척의 왜선과 싸워 47척을 격파하고 왜군 1만여명을 전사시킨 ‘임진왜란’ 당시의 전투 중 가장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다. 영화 속에서 쿠키처럼 부서져 바닷속으로 사라져가는 왜선들의 모습을 목도하며,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전작 ‘명량’과 가장 구분되는 ‘한산: 용의 출현’만의 차별점은 거북선의 등장과 주인공의 변화다. 영화 속에서 거북선은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거북선에 대한 두려움을 표하는 왜군의 모습이 표현돼 당시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만든다. 박해일이 그린 이순신 장군의 캐릭터는 고뇌하는 노장 최민식의 이순신과는 또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생각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진중하면서도 지적인 모습이다.
박해일은 애초 이번 영화에서 김한민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다는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으로서 이순신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 영화의 중반부, 출정을 앞두고 장수들 한 명 한 명의 장점을 기억하고 활용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명장이면서 훌륭한 리더였던 영웅의 비범한 면모를 엿보게 만든다.
‘명량’이 그랬듯 이순신의 주변 인물들 뿐 아니라 첩자로 활동하는 기녀와 의병, 투항한 왜군 군사 등 여러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전쟁의 다양한 측면을 풍성하게 보여준 연출도 좋다. 특히 이순신 및 조선의 수군과 전투를 앞둔 왜군들의 개성 가득한 모습을 비중있게 다뤘으며, 그들이 언급하는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모습을 통해 당대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내뿜었던 엄청난 카리스마를 확인하게 한다.
다만 탐망꾼 임준영(옥택연 분)의 서사나 의병 황박(이준혁 분)과 항왜 군사 준사(김성규 분)의 관계 등에 대해서는 그럴듯하게 설명되지 않고 마무리된 느낌이 있어 아쉽다. 러닝 타임 129분. 오는 27일 개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