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인상)’ 여파가 가시지 않은 부동산시장에 미국의 ‘울트라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1.0%포인트 인상)’ 단행 가능성 소식이 날아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 미국의 금리 정책 기조에 우리 정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다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채 폭은 상황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빅스텝 단행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금리 공포가 확산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 속도는 배가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한은이 빅스텝을 발표한 이후 빚내 집 산 사람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세입자까지 금리 인상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동산 매수심리 냉각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0.5%포인트 인상해 연 2.25%로 높였다.
서울 강남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 인상은 매도·매수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데 현재 매수 대기자 대부분이 ‘조금 더 지켜보겠다’라는 입장”이라며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과 미국발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상황이 불확실해 선뜻 계약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특히 집을 사는 것 외에도 부채가 있을 수 있고, 주식 등 다른 곳에 투자한 경우도 많은데 경기 침체·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 전반에 매수 여력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 발 금리 인상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 용산 소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한번에 1.0%포인트 올릴 경우 우리도 그만큼 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는데 이미 한차례의 빅스텝 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 이슈를 답답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금리 공포로 부동산시장 침체가 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차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으로도 물가를 잡지 못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말 정책금리를 1.0%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 같이 조치될 경우 한미 간 금리 차 역전이 발생해 원화 약세를 불어올 가능성이 크고 이는 곧 국내 인플레이션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만큼 한은 역시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급등하면 무주택자든 유주택자든 고통을 받는데 이번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기준금리 2% 돌파는 금리부담의 임계점을 지나는 것이고 향후 1년간 주택시장은 금리가 최대변수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추가적으로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가격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며 “모험적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어 거래절벽이 계속 이어질 것인데 가을 이사철 특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빅스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도 하락하면서 이번 물가가 정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이를 감안하면 미 연준도 1% 금리 카드를 쉽게 뽑진 못할 것이고, 한은도 추가 빅스텝을 밟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