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광주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만났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고 잠행한 지 닷새 만에 공개한 첫 행보다. 보수정당의 취약점이자 본인의 강점인 ‘2030세대 지지율’과 ‘서진정책’을 무기로 중장기 반전 카드를 모색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대표는 전날(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 무등산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무등산 정상인 서석대(瑞石臺)에 등정한 사진을 공유하면서 “원래 7월에는 광주에 했던 약속들을 풀어내려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시민들께 죄송하다. 조금 늦어질 뿐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무등산에 오르기 전날(12일) 청년 정치인들과 만찬을 갖고 호남지역 당원 모집 및 서진정책 방안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 대표와 당대표 수행비서, 국민의힘 광주시당 소속 박근우 대학생위원장과 부위원장, 박진우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세 사람이 함께했다.
한 참석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호남지역도 당원 모집을 열심히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호남에 보수정당 비토 정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만찬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원 정지 6개월’ 징계 여파로 당내 청년 정치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참석자는 “이 대표가 우리를 ‘씨앗’이라고 표현하면서 ‘씨앗에 물을 더 주고 토양을 많이 해 더 자라나게 했어야 하는데 못 해줘서 아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이준석 대표가 ‘청년’과 ‘호남’을 반격 카드 삼아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당내에서 독보적인 지분을 쥐고 있는 2030세대 지지율과 서진정책 성과를 부각해 향후 ‘이준석 공백 사태’가 현실화했을 때 재기의 기회로 삼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세웠다는 해석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 대표의 중징계 이후에도 내리 하락세다. 알앤써치가 뉴스핌 의뢰로 지난 9~12일 전국 성인남녀 1045명을 설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2.5%, 부정 평가는 63.5%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10.1%포인트(p) 급락했고, 부정 평가는 10.5%p 급등했다.

특히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인 20대는 부정 평가가 64.5%를 기록해 전주(61.3%) 보다 3.2%p 올랐다. 반면 긍정 평가는 34.7%에서 26.8%로 7.9%p 떨어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부정 평가는 50.7%, 부산·울산·경남 지역 부정 평가는 57.9%로 과반이었다. 3·9 대선 승리의 원천이었던 청년층과 영남권이 일제히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지만, 격차는 서서히 줄어드는 추세다. 알앤써치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2%, 민주당 지지율은 35.9%로 오차범위 내 접전했다. 직전 조사보다 국민의힘은 1.0%p 내렸고, 민주당은 1.7% 오른 수치다. 4주 전 조사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13.0%p 떨어졌고, 민주당은 5.2%p 상승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표가 윤리위 징계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기 보다 당원권 정지 6개월간 정국 흐름을 지켜보면서 2030세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장기전 모드에 들어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윤리위 징계안이 나온 후 연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30세대 청년 당원 모집글을 올리고 있다.
엄 소장은 “이 대표가 6개월간 물러나더라도 금새 잊혀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대는 물론 영남권 지지층의 이탈이 빨라지고 있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도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국민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연말까지 회복되지 않는다면 ‘중도확장성’을 가진 이 대표의 존재감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도 ‘장기전’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광주에서 만찬을 함께한 한 참석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분간 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당 윤리위의 징계 처분을 일단 수용하고,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며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