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기로 위에 섰다. 당 윤리위원회가 ‘성접대 의혹 증거인멸 교사 의혹’ 핵심 당사자이자 최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준석 리더십’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국회에서 3차 전체회의를 열어 이 대표와 김 실장을 상대로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건’을 심의한 끝에, 만장일치로 김 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의결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는 일단 유보됐다. 윤리위는 다음달 7일 회의를 열어 이 대표와 김 실장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이 대표는 보름간의 시간을 더 벌었지만, 의혹에 밀접하게 관련된 김 실장이 참고인 신분에서 ‘징계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정치적 부담감은 더 커졌다.
정치권은 ‘이준석 리더십’이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이 대표는 성접대 및 증거인멸교사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윤리위의 판단은 정반대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윤리위가 두 사람 중 한 명에 대해 ‘경고’ 이상의 징계안을 의결하면, 이 대표의 정치 생명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징계안이 부결돼도 역풍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김 실장의 증거인멸교사 의혹은 비교적 실체가 분명하다는 시각이 많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이다. 윤리위가 ‘묻지마 부결’을 하면 당내 반발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특히 당심과 여론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극심한 내홍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관건은 출구 전략이다. 이 대표는 ‘대국민 여론전’을 펼쳐 국면 전환을 꾀하는 동시에 ‘윤심'(尹心)을 공략하는 이중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백을 공개 주장하는 한편 친윤(親尹)계의 ‘정치적 음해’ 프레임을 부각하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뒷받침을 위해서는 내부 싸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공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윤리위를 공개로 열자고 요구해왔다. 다음달 7일 윤리위에 출석해 소명 절차를 밟으면 윤리위의 징계 판단 근거와 이 대표의 소명 내용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해 국민적 판단을 받겠다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1월 ‘당대표 사퇴 결의안’이 나오자 의원총회에서 공개 연설을 해 박수갈채를 받을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다”며 “(비공개 심의에서는) 자신의 소명이 묻힐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를 없애겠다고 한 것도 윤리위 징계안 의결 절차를 염두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윤리위가 ‘심의 공개’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윤리위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헌·당규상 윤리위는 비공개가 원칙이고, 윤리위원의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며 “윤리위를 공개하자는 주장은 당대표의 권한으로 윤리위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가 ‘권력 다툼’ 프레임으로 정국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있다. 당 윤리위가 이 대표의 징계안 처리에 신중을 기하는 배경에는 ‘토사구팽 논란’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친윤계의 신경전이 부각된 시점에 당대표 징계안이 속전속결로 처리되면 ‘윤핵관이 이준석을 몰아냈다’는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 결과를 지켜본 뒤 기자들을 만나 “(윤리위가) 7월7일 소명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과 2주 뒤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며 “이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텐데 (심의가) 길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SBS 인터뷰에서 윤리위의 징계 심의에 대해 “제가 정량적으로 당에 끼친 손해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한겨레 인터뷰에서는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를 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윤리위가 임의로 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도 정치적 판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역학관계도 변수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임기를 6개월 이상 남기고 사퇴하면 보궐선거가 개최돼 차기 당대표는 전임 당대표의 잔여 임기만 채우게 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당장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신임 대표는 2년 뒤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의 징계 여부는 ‘당권 경쟁’과 직접적으로 연동되는 만큼, 이 대표의 징계 결정을 놓고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이 대표의 사퇴 시점을 연말 이후로 조정한 뒤 내년 2~3월쯤 전당대회를 여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