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의 대표적 악연으로 평가받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와 혁신위원회 등 곳곳에서 충돌했다. 당권을 둘러싼 양측의 경쟁 구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첨예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여권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합당 과정에서 합의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인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합당 협상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 2명과 당 대변인 1명을 약속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전날(13일) 국민의당 몫 추천 인사에 대해 “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인사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우려를 (안 의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며 반대 의사를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한 것을, 정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 4월 결정된 합의안에 대해 이 대표가 ‘재고’를 들고나온 것은 안 위원장과 친윤(친윤석열) 그룹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란 관측이다.
김 전 의원의 과거 발언의 경우 상호비방이 격해지는 선거기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수용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반대하면서 안 의원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정 의원에 대한 재고요청은 ‘친윤’을 둘러싼 두 사람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합당 이후 당내 우호세력을 구축해야 하는 안 의원 입장에서 친윤계 인사를 추천함으로써 친윤 그룹에 손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친윤계와 신경전을 펼치는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친윤계과 손을 잡는 것 자체에 대한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안 의원은 전날 이 대표의 재고요청에 “이미 두 달 전에 끝난 일로 생각했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안 의원 측은 안 의원의 이같은 반응이 ‘불쾌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하며 “양당이 합당을 선언할 때 이미 합의한 내용이고 추천은 국민의당에 있다. (최고위원 추천) 명단을 평가하거나 되돌리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건 합당을 되돌리자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두 사람은 이 외에도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가 추진 중인 혁신위원회를 두고 안 의원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한 내용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데 최선의 방안을 찾고 세상을 바꾸려는 ‘실용정치’ 태도를 가진 정당만이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개혁 방향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면서도 실용정치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경기도지사 선거 패배와 관련해 “본인(안철수)이 사실상 경기도 선대위원장이라고 말씀하셨다. 경기도 선거를 이길 것 같으니 그런 말씀을 하셨다”며 “지고 나니까 그런 말이 싹 들어갔다. 지고 나면 조용하는 것은 책임정치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두 사람의 이같은 갈등 배경에는 결국 당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현재 당권을 잡고 있고, 안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 중 한 명이다. 최근 이 대표가 친윤계의 갈등, 자신의 성상납 의혹 등으로 ‘조기 사퇴론’이 불거진 가운데 자기 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잠재적 경쟁자인 안 의원과의 신경전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