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8·15 특사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사법정의를 훼손하고 삼권분립 취지와도 상충한다는 논란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중앙지검장 시절 한동훈 장관과 함께 이 전 대통령 구속기소를 지휘해 자기모순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나쁜 죄질로 중형이 선고된 전직 대통령들이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는 공식이 되풀이됨에 따라 이번 기회에 사면법 개정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尹 “전례 안맞아” MB사면 급부상…정권교체기 前대통령 사면 반복
1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을 저울질 중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이십몇 년간 수감생활 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고 말해 이 전 대통령 사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죄가 확정돼 구속수감됐던 역대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등 4명이다.
전 전 대통령은 반란죄·내란죄·수뢰죄로 무기징역을, 노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2년여 복역한 뒤 1997년 12월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2년이 확정된 박 전 대통령은 4년9개월간 수감 후 지난해 12월24일 문재인 전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350억원대 횡령 혐의로 2018년 3월22일 구속수감된 후 징역 17년이 확정됐고 현재까지 복역중이다.
이들은 대통령 임기초 또는 임기말 정권교체기 사면복권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상의해 사면을 결정했고, 박 전 대통령도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말인 지난해 성탄절을 맞아 건강상 이유로 석방됐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형기 3분의1을 넘겨 수감된 사례는 없다.
고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한만큼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일시 석방을 결정할 경우 사면론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당과 대통령실 곳곳에 포진한 구MB계 인사들이 사면 군불을 때고, 윤 대통령이 동조하는 입장을 밝혀 8·15 특사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국민의힘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반사면을 거론하며 야권의 전향적 반응을 기대하는 눈치다. 대선과 지선 잇단 참패에 이은 당권경쟁 내홍으로 지리멸렬한 야권의 반대가 심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배경에 깔렸다는 분석이다.

◇MB 수사 지휘한 尹대통령·한동훈 장관…”사면 기준 없이 남용”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특정범죄를 저지른 모든 범죄자에 대한 형벌을 사면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해 1995년 12월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다. 특별사면은 대통령 결단 만으로 가능해 매 정권에서 빈번히 행사됐다.
전직 대통령 등 정·재계 인사들에 면죄부를 주는 용도로 특별사면이 변질됐다는 비판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2007년 사면심사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사면심사위는 심사대상별 적정 또는 부적정 의견을 기재하지만 그에 대한 구속력은 규정돼 있지 않아 요식절차란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 시절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당시 중앙지검장 3차장 검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이 전 대통령 구속기소를 주도한 이들이 각각 특별사면을 상신하고 사면권 행사권자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부조리와 모순, 사법정의 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사면권 행사의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못하게 절차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며 “사면심사위를 법무부 산하에 두는 대신 일반시민 또는 사법부 내에 두던지 해서 대통령 영향력 하에 있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들로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물론 100% 사면권을 통제할 수 있지는 못해도 지금 보다는 사면권 남용이 덜 할 것”이라며 “지금은 사면심사위가 법무부 내에 있어서 있으나마나 한 존재다. 그것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냐는, 절차적 개선 정도밖에 대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사면심사의 기준도 없고 특정인을 염두에 둔 특사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며 “일반인이라면 가석방도 어려운 죄목을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사면하는 것은 사법정의 측면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들다. 법률과 헌법 개정을 논의해야 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