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26일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재계는 기업 고용 불안과 줄소송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임금피크제의 순기능은 고령자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라며 “이번 판결이 기업 부담과 고용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새로운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300인 이상 기업의 27%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6년 기준으로는 46.8%로 늘었다.
대법원은 이날 퇴직자 A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B연구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확정했다.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노사 간 합의 하에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향후 재판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신중한 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상의도 “임금피크제는 연공급제(호봉제)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번 판결로 청년 일자리·중장년 고용불안 등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B연구기관과 상황은 다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2014년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의료비와 학자금 등 복리후생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만 55세 기준으로 임금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이후 임직원 의견을 수렴해 적용 시기를 만 57세로 연장하고 임금 감소율도 5%로 조정했다.
현대·기아차도 2015년 만 60세로 정년을 늘리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일반직의 경우 △만 58세 이상 동결 △만 59∼60세 10% 삭감 조건이다. 기술직은 만 59세에 동결하고 만 60세 10% 삭감한다.
재계는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과 비교해 우수한 성과를 냈다고 판단하는 임금피크제 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동의한 직원들이 반발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B연구원처럼 정년 연장 없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앞으로 줄소송 사태와 인력 경직성 심화로 기업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된다”며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