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와 90년대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있는 족적을 남긴 태흥영화사 작품들을 무료로 상영하는 특별상영전이 한국영상자료원 주최로 약5개월간 열린다. 이번 특별상영전을 알리는 개막식에는 방충식 태흥영화사 부사장을 비롯한 영화계 원로 인사들이 참석해 특별상영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12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시네마테크KOFA에서 한국영상자료원 개최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 특별상영전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방충식 태흥영화사 부사장, 이태원 대표의 아들인 이지승 감독, 송혜선 대표, 임권택 감독과 채령 여사, 배창호 감독, 김유진 감독, 장선우 감독, 구본창 사진작가, 배우 박상민, 배우 정경순, 배우 한지일, 김종원 평론가, 정지영 감독 등이 참석했다.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는 지난해 10월24일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원 대표를 추모하고 그가 설립한 태흥영화사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특별상영전이다. 이번 상영전을 통해 ‘장군의 아들'(감독 임권택) ‘서편제'(감독 임권택) 등 화제작 뿐 아니라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춘향뎐'(감독 임권택), 태흥영화사의 미완성 창립작 ‘비구니'(감독 임권택) 등 총 20편의 영화를 세 개 섹션으로 나눠 소개할 예정이다.
특별상영전의 첫번째 섹션은 ‘태흥영화사의 주요 모멘텀’으로 ‘무릎과 무릎사이'(감독 이장호, 1984) ‘아제아제 바라아제'(감독 임권택, 1989) ‘장군의 아들’ 등 태흥영화사의 주요 순간을 확인할 수 있는 7편이 소개된다. 두번째 섹션 ‘태흥의 청춘영화’는 재기발랄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돌아이'(이두용, 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이규형, 1987) 등 청춘영화 6편이 상영된다. 또한 세번째 섹션 ‘태흥의 작가들’은 ‘어우동'(이장호, 1985) ‘꿈'(배창호, 1990), ‘화엄경'(장선우, 1993) 등 태흥이 배출한 작가 감독의 작품 일곱 편이 상영된다.
이날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은 “한국영상자료원이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고 수집하는 과거지향적인 생각에 그치면 안 된다, 과거 한국 유산을 현재 관객들과 만나게 해야한다는 생각하다보니 (한국영상자료원이) 예전의 우리가 경험한 한국 영화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데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봤다”면서 이번 특별전이 새로운 세대 관객들에게 과거의 유산을 전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축사를 위해 단상에 선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오늘의 행사는 태흥영화사를 창설하시고 이끌어 오신 이태원 회장님께서 갑자기 타계하셨고 그런 타계를 계기로 이태원 사장님께서 계실 때 만들어진 대표작들을 모아서 상영하는 회고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시 한 번 고 이태원 사장님에 대한 추모의 말씀을 드리고 또 유가족 되시는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번 특별전이 두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1990년대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영화 상영을 통해 한국 영화사를 볼 수 있다는 점과 한국 영화의 세계화의 발판이 된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는 점이다. 특히 그는 임권택 감독의 작품이자 태흥영화사의 작품인 ‘아제아제 바라아제’와 ‘춘향뎐’ ‘취화선’ 등이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들 작품의 선전이 훗날 ‘올드보이’와 ‘밀양’ ‘시’ ‘기생충’ 등의 수상과도 연결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번에 상영되는 태흥영화사의 영화들은 한국 영화가 80년대 90년대에 어떻게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진출하고 세계 정상에 올라갔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회고전이다, 그런 점에서 개막하는 태흥영화사 특별전은 큰 의미가 있다”며 “이것을 보는 시민들이 한국 영화의 발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이어 박충식 부사장도 내빈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 부사장은 “서른 아홉에 고 이태원 회장님 모시고 40여년간 그분을 지켰다”며 “오늘의 저희를 만든 태흥영화사 회고전 개막식에 참석한 여러 영화인 여러분, 임권택 감독님, 많은 감독님들과 함께 이 자리에서 인사를 드리게 된 것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자리를 빌려 고 이태원 회장님과 강수연님의 명복을 기원드립니다”면서 고개 숙여 다시 한 번 태흥영화사와 인연이 깊은 두 사람을 애도했다.
방 부사장은 이태원 회장 뿐 아니라 최근 있었던 강수연의 장례를 챙겼던 김동호 이사장과 임권택 감독을 언급, “후배 영화인들의 길흉사를 챙기는 임권택 감독님과 김동호 이사장님을 보면서 만남과 이별, 사람의 도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 영화의 거대한 가족이다, 우리가 그리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최선의 삶을 살기를 꿈꾸며 이 자리 참석한 영화인, 내외 귀빈 여러분께 다시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식 직후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하류인생'(2004)을 상영했다. ‘하류인생’은 이태원 대표가 태흥영화사를 설립하기 전 자신의 개인사를 일부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며 조승우, 김규리가 주연을 맡았다.
한편 ‘위대한 유산: 태흥영화 1984-2004’는 4월14일부터 9월25일까지 영상자료원 1층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