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선은 ‘검찰’과 ‘늘공'(직업 공무원) 전면 배치로 요약된다. 법률·총무·인사 분야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발탁됐으며, 경제·안보·노동·교육 등 분야에는 관련 부처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관료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채점표는 엇갈린다. 새 정부가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국에서 출범하는 만큼 국정 운영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용주의’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윤 당선인의 검찰 시절 ‘복심’들이 요직에 대거 포진했다는 촌평이 동시에 나온다.
◇법률·총무·인사엔 ‘검찰’…경제·안보·사회엔 ‘정통 관료’
윤 당선인은 5~6일 이틀간 대통령실 39명에 대한 인선을 단행했다. 신설한 정책조정기획관에는 ‘쓴소리 특보’로 유명한 장성민 당선인 정무특보가 발탁됐으며, 국정상황실장에는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임명됐다.
구체적으로 △경제수석실 산하 6명 △정무수석실 산하 2명 △정책조정기획관실 산하 4명 △비서실장 직속 7명 △국가안보실 1·2차장 산하 7명 △사회수석실 산하 4명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4명 △홍보수석실 산하 2명 △인사기획관실 산하 3명이다.
윤 당선인은 정통 관료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법률·총무·인사 분야에는 검찰 출신을 기용하고, 경제·안보·외교·노동·교육·보건 등 나머지 분야에는 해당 정부 부처 출신의 고위 공무원들을 기용했다. ‘어공'(정치인 출신 공무원)은 입지가 대폭 좁아졌다.
먼저 대통령실 살림을 도맡는 총무비서관에는 윤재순 전 대검찰청 운영지원 과장을, 대통령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법률비서관에는 주진우 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이 발탁했다. 공직기강비서관에는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을, 인사기획관에는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내정했다.
경제·안보·사회수석실 산하 인선은 ‘전문성’이 최우선으로 고려됐다. 경제금융비서관에는 김병환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산업정책비서관에는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 실장, 국토교통비서관에는 백원국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관이 내정됐다. 과학기술비서관에는 조성경 명지대방목기초교육대 교수가 임명됐다.
안보실 1차장실 산하 안보전략비서관에는 임상범 주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 외교비서관에는 이문희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등용했다. 통일비서관에는 백태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경제안보비서관에는 왕윤종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이 임명됐다.
윤 당선인 측은 이르면 7일 세 번째 비서관급 인선을 발표하고 대통령실 인사 구성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비서관급 인선은) 3번을 넘길 것 같다”며 추가 인선을 시사했다.

◇”전문성으로 여소야대 돌파” vs “검찰 인맥 위주 인사”
평가는 명암이 극명하다.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려면 국정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윤 당선인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검찰 출신들이 요직에 발탁됐고, 일부는 과거 논란에 휩싸인 이력이 드러나 ‘측근 인사’에 그쳤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이시원 전 수원지검 형사2부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2년 중앙지검 공안1부 검사 시절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논란을 빚었다. 이 전 부장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져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여성과 2030세대 청년이 소외된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9명의 비서관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2030세대 청년은 없었고, 여성은 김정희 농해수비서관, 조성경 과학기술비서관, 권성연 교육비서관 3명으로 7.7%에 그쳤다. 지난 1일 발표한 실장급·수석급 인선에서도 11명의 내정자 중 여성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유일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실 비서관 인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실력주의”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 정권보다 어공이 다소 줄어서 ‘홀대론’이 나오는 점도 사실”이라면서도 “역대급 여소야대에서 청와대(대통령실)가 정국을 돌파하려면 오로지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당선인의 고심과 안배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둘러싼 ‘원 구성 합의 재검토’ 사태 등을 거론하며 “현 정국은 어공이 많다고 협치가 되기 어렵다”며 “민주당 주도의 입법강행을 저지하려면 대통령령 개정, 거부권 행사 등 법률 소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인선의 면면을 보면 전문성은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면서도 “여성과 청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점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공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에 대해 “여소야대일수록 정무 감각과 정치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 많을 수 있다”며 “당장은 화려한 전문성이 돋보이겠지만,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