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산업 분야 해외 수출 규모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4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산업의 매출도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보다 5조원(20%) 가량 급감했다.
원자력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원전 협력기업들은 ‘보릿고개’를 견디며 새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정책에 기대를 갖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원전 생태계 회복이 최소 3~4년이 걸리는데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며 생존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붕괴 직전인 우리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마중물로 삼고 동시에 정부가 수출 확대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내놓은 ‘2020년 원자력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자력산업분야 해외 수출 계약금액은 현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1억2641만 달러(약 1563억원)에서 2020년 3372만 달러(약 417억원)로 4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특히 2019년 해외수출 규모는 2144만 달러(약 265억원)로 최근 10년래 가장 적었다.
원자력 산업 수출이 위축된 건 탈원전 정책의 후폭풍을 맞은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원전 업계는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수력원자력 발주량이 줄자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해외 수요자들이 ‘탈원전 국가’ 제품을 쉽사리 택하지 않은 탓으로 해석된다.
원자력산업의 매출도 4년 새 급감했다. 최근 10년래 매출 규모가 가장 컸던 2016년 27조4513억원에 비해 2020년엔 18.9% 줄어든 22조243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원전 기자재 제조 분야 매출은 2조1449억원에서 1조6992억원, 건설 시공 분야에서도 1조6141억원에서 7458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원자력 관련 해외 수출과 매출이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원전 기업들에 돌아갔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원전 건설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협력사들과 맺은 원전 부품 납품 계약은 2016년 2836건에서 지난해엔 1161건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300개에 달하던 계약 협력업체도 200개 남짓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남은 업체들도 개점휴업 상태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곳이 적지 않다. 원전 협력업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일감이 풀리기 전까지는 시일이 걸리는 만큼 새 정부가 자금난 해결을 위한 금융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선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적어도 3~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하나가 건설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고, 원자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정부 차원의 ‘원전 세일즈’도 당장 빛을 보긴 어렵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가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는 60억 유로(8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통해 협력업체들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원자력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로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꼽는다. 원자력 산업 실태조사에서 기업들 절반 이상(55%)이 내·외부 제약요인으로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들었고 그 다음으로 기술 인력 확보(18.1%), 시설투자 부담(10.9%) 순이었다. 장기 비전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산업의 존폐가 결정되는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장 원전 건설이 어렵다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를 서둘러 국내 원전 산업계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며 “앞으로는 급격한 변화 없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원자력 산업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