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맞대응한 승부수로 ‘한동훈 카드’를 꺼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자마자, 검찰 개혁의 대척점에 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당선인이 최측근인 한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숙업인 정부 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후로 미루는 등 ‘협치’에 방점을 찍었던 태도와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윤 당선인은 전날(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후보자를 지명했다. 그는 한 후보자에 대해 “법무 행정의 현대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법 시스템 정립의 적임자”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파격 인선’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절대 파격 인선이 아니다” “(검수완박과) 상관 없다”고 일축했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을 놓고 각종 반응과 해석을 내놓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인사 참사 정도가 아니라 대국민 인사 테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은 윤 당선인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을 향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는 칼날을 겨눴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12일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한 후보자는 검찰에서 윤 당선인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적폐 수사를 주도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수차례 좌천당했다는 점도 윤 당선인의 궤적과 닮아있다.
두 사람이 한뜻으로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한 후보자는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이 크게 고통받을 것이다. 이 법안의 처리 시도는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도 검찰총장직을 내려놓기 전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사법 개혁 문제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인사청문회를 앞둔 여야 정국에는 일촉즉발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야 협치를 넘어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함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문회 정국에서 여야 갈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법무부 장관만은 절대 사수하겠다는 의지”라며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검수완박은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를 가리는 싸움”이라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야당(민주당)에게 일종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윤 당선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을 미루면서까지 새 정부의 정상적인 출범에 방점을 찍었는데, 한동훈 카드가 돌출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