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락세에서 금방 벗어날 것으로 기대됐던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긍정적인 예상과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금리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반도체 업계는 빠른 시장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6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실시간 가격 지표인 ‘DXI 지수’는 이달 첫째 주(4월1일) 기준 4만636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주보다 1.3% 떨어진 것으로 2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으며 하락 폭도 지난주(-0.8%)보다 확대됐다.
특히 D램 평균 현물가격은 제품별로 지난 주 대비 0.8%~3.6% 하락하면서 DXI 지수를 끌어내렸다. 2월 넷째 주부터 5주 연속 하락세인 D램 가격은 전월과 비교하면 2.9%~8.1%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현물가격도 제품별로 지난 주보다 0%~1.4% 낮아지면서 주간 기준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리점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거래가인 현물가격은 반도체 업황의 선행 지표다. 통상 4~6개월 후에는 고정거래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세는 당초 올해 1분기에 바닥을 다지고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2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도 PC·서버·모바일 등 모든 D램 가격이 2분기에는 하락을 멈추고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상황이 바뀌면서 업황 악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IT 제품 소비가 줄었고, 제품에 쓰이는 D램 재고가 구매자·판매자 모두 증가하면서 D램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전체 D램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도가 세지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들이 크게 오르고 있는데 이는 세계 경제와 기업 실적에 큰 부담”이라며 “IT 수요와 투자 등 펀더멘털 변수들을 지정학적 이슈가 모두 삼켜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IT 제품 제조기업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이고, 높아진 제품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돼 수요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다. 이런 전방 산업의 수요 둔화는 반도체 시장의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는 전쟁과 긴축 등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하반기 이후의 경기 회복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분위기다. 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코로나19 이후의 소비 패턴 변화 등을 고려할 때 D램의 성장세가 4년 연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