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러 의식이 강한 발트3국에서 판매되는 갤럭시Z폴더블폰의 제품명에 ‘Z’를 삭제했다.
28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삼성닷컴은 최근부터 ‘갤럭시Z폴드3·플립3’을 ‘갤럭시폴드3·플립3’으로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을 통해 현지 삼성닷컴 홈페이지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삭제된 ‘Z’는 러시아의 승리를 뜻하는 단어로, 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지자들이 러시아 정부를 응원할 때 썼다.
카타르 기계체조 월드컵 동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선수 이반 쿨리악도 지난 5일 시상식에서 ‘Z’표식을 유니폼에 붙이고 나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 ‘Z 표식의 의미’와 발트 3국 내 반러감정을 고려해 ‘Z’를 지운 것으로 풀이된다.
발트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공격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반러 감정이 나날이 오르는 상황이다.
사실 발트3국은 과거 소련에 점령된 뒤 합병됐다가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국가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고 친서방 정책을 택해 러시아의 견제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발트3국뿐만 아니라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홈페이지도 조만간 수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침공 피해국인 우크라이나도 조만간 수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트3국 근처에 있는 폴란드도 반러 감정이 심해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Z지우기’ 전략이 러시아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1위 유지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반러 국가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였다는 점이, 러시아 내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 올해 러시아 시장 내 삼성전자 영향력은 다소 줄어든 상태다. 먼저 스마트폰 자체도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앱 성능제한 논란으로 예전보다 신뢰도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글로벌 물류 차질 심화로 모든 러시아 제품 선적도 중단한 터라, 올해 러시아 시장에서 선두를 지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플이 지난해 10월 이후 삼성전자를 제치고 러시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갤럭시 스마트폰은 지난해 전체 러시아 시장에서는 1위였지만, 지난 10월부터는 아이폰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갤럭시 스마트폰 2월 점유율은 27.68%로 애플에 0.61%포인트(p)차로 밀려 2위를 기록했다.
애플이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를 하긴 했지만, 아이폰의 매니아층이 두꺼운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가 워낙 공고하고, 애플 팬층이 워낙 두꺼운터라 삼성전자가 쉽게 1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