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당일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날짜와 시간, 장소, 회동 방식이 공식적으로 공지됐지만, 당일 오전 불발된 경우라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서는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이 후임자의 당선일 기준으로 열흘 안에 이뤄졌다는 관례가 이번에는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앞서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전날(16일) 오전 8시 나란히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구체적인 이유나 회동 시기 등을 밝히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함구하고 았다.
윤 당선인측 장제원 비서실장도 “결렬, 무산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 배경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껄끄러운 관계에서 시작된 강도 높은 기싸움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후임자와 협의해야 한다는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의 공개 발언(15일 라디오 인터뷰),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 전 대통령을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한 것이라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15일 TV 인터뷰)이 대표적이다.
두 인사 모두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청와대에서는 이를 윤 당선인의 의중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회동 의제에 대한 이견과 여기서 비롯된 감정 싸움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6일) 언론 인터뷰에서 “추측할 수 있는 건 결국은 인사 문제이다. 소위 말하는 ‘알박기 인사’로 임기제 기관장들이 최근에 임명이 된 사례가 있다”며 “조만간 임기가 만료될 한국은행 총재, 공석인 감사위원 2명, 선관위 상임위원 자리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쪽의 자존심이 걸린 강대강 대치가 이어진다면 이번에 불발된 회동이 금세 다시 이뤄지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미 회동 계획이 공개된 상황에서 이를 다시 주워담는 것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며 회동 불발 공지를 당일 이른 오전에 냈다는 것은 “어떻게든 16일 회동을 맞추려고 노력했었다는 건데 그런데도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들의 첫 회동은 당선인의 당선일 기준 최장 9일 만에 성사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의 회동이 그랬다. 이외에는 당선 이틀에서 나흘 만에,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만약 회동이 이번 주를 넘기게 되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신·구 권력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당선됐다.
윤 당선인측 관계자는 뉴스1에 회동 일자를 최대한 빠르게 잡으려는 노력과는 별개로 “(열흘 이내에 회동이 이뤄졌다는) 관례에 얽매이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