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구자철이 11년 만에 제주 유나이티드에 복귀한다. 강한 정신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구자철이기에, 제주 구단은 좋은 미드필더 한 명을 영입한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는 지난 2월22일 “구자철이 제주로 돌아온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타르에 머물던 구자철은 지난 24일 귀국, 제주에서 자가격리를 실시했고 오는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FC의 홈경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행보를 시작한다.
구자철의 가세는 분명한 플러스 요인이다. 궂은 일을 도맡는 최영준, 슈팅이 좋은 이창민, 침투 패스를 갖춘 윤빛가람에 더해 경기 조율에 능한 구자철까지 합류하면 제주의 중원은 K리그 그 어느 팀도 부럽지 않다. 정점의 기량에서 크게 내려오지 않은 상황서 돌아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단순히 전력만 좋아진 게 아니다. 구자철의 존재로 말미암아 제주가 더욱 하나로 뭉치는 힘을 기대할 수 있다. 남기일 제주 감독은 구자철의 합류로 얻을 효과를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구심점’이라는 표현을 썼다.
남 감독은 지난 1일 “구자철이 오면 구심점이 생겨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구자철은 강한 승부욕과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11년 전 제주에서 뛰던 당시에도 구자철은 팀의 리더였다. 젊은 나이였지만 동료들을 격려하고 이끌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자신을 성장시켜 준 제주에 대한 고마움과 충성심도 크다. 제주 관계자는 “구자철은 제주에서 뛸 때부터 팀에 대한 헌신이 남달랐다. 늘 제주와 좋은 신뢰 관게를 유지해왔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에도 제주 지역 유소년 선수들을 꾸준히 지원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그동안 다양한 주장들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기는 했으나, 팀 전체를 확실하게 휘어잡아 줄 리더는 없던 게 사실이다. 구자철과 같이 확실한 통솔력을 갖춘 선수가 함께한다면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제주를 위해 더욱 똘똘 뭉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경기 등 승부처에서 조금씩 힘이 부족했던 제주에겐 더욱 필요했던 가치다. 남기일 감독이 밝힌 ‘구심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동료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자기 관리 능력도 철저하다. 월드컵을 뛰었고 꾸준한 유럽 무대 경험까지 갖춘 구자철과 함께 훈련한다는 건 후배들에게 더없이 좋은 교본이 될 수 있다.
남 감독은 “구자철이 온다는 소식에 팀 선수들도 모두 환영하며 반기고 있다”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좋은 사례가 있다. 국가대표팀에서 구자철과 함께 활약했던 FC서울의 기성용이다. 기성용 역시 유럽에서 K리그로 돌아온 뒤 팀 내에서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조영욱은 “(기)성용이 형이 하는 건 다 따라 배우고 있다”고 했고, 이태석은 “성용이형과 함께 뛰고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 되고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자철도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마침 제주는 최근 U-22 카드로 쓸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1일 수원 삼성전에서 U-22 선수를 한 명밖에 활용하지 못했던 남 감독은 “U-22 선수들을 키우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결과를 내야 하니 고민이 깊다. 주어진 상황과 시스템 안에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구자철 한 명의 존재만으로 유스 시스템 전체의 수준을 바꾸는 건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팀의 젊은 선수들이 더욱 큰 동기부여는 줄 수 있다.
구자철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축구선수로서의 정신력과 마음가짐에 대해 거듭 강조했던 선수다. 좋은 스승이 되기엔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