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변수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신경전에 돌입한 가운데 단일화 방식과 시점을 따져보는 야권의 물밑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 단일화 협상은 ‘후보 간 담판’과 ‘여론조사 경선’ 두 가지 방안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담판 협상을 염두에 둔 방식을 제안하며 포문을 열었다.
윤 후보는 “단일화를 한다면 바깥에 공개하고 진행할 게 아니라,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보수 진영에선 내가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이 없다고 하고 여권은 단일화를 부추기는 척하지만, 내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안 후보를 향해서도 은근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에 나온 분이라는 점에서 저와 방향이 같다”며 “합쳐서 갈 수 있으면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구체적인 단일화 모델로 1997년 DJP연합(김대중+김종필)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전날(8일) 대선후보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저는 정권교체 주역이 되려고 나왔다”며 “단일화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 어떤 방식을 고민한 적은 더더욱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같은 날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담판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후보 간 담판이라는 것이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거듭 일축했다. 윤 후보와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0%”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조용히, 직접, 진정성 있게 대화를 할 수가 있는 상대가 아니다”며 “지난 합당 결렬에서 봤듯이 국민의힘은 국민의당을 솟값으로 논하면서 한껏 무시와 조롱을 하며 존중에 대한 어떤 인식도 없는 정치세력임을 드러냈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단일화를 둘러싼 두 후보의 온도차는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이견을 우회적으로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는 ‘담판 협상’으로 안전하게 자신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는 길을, 안 후보는 정치적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경선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가지고 있는 5~7% 지지율은 당락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중요한 표”라며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윤 후보가 안 후보를 찾아가 삼고초려를 할 가능성이 높고, 안 후보는 최대한 버티면서 여론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안 후보는 명분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냥 (대선을) 접을 수는 없고, (단일화) 명분이 필요하니 여론조사로 경선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 명분 속에는 (안 후보가 요구하는) 실리도 포함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일화 시점도 관건이다. 야권은 단일화 1차 마지노선으로 13~14일 대선 후보 등록일을 꼽고 있다. 2차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일인 이달 28일 이전이다. 두 번의 시한을 넘기면 투표용지 기표란에 ‘사퇴’ 표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단일화 시너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정치권은 2차 마지노선을 현실적인 단일화 시점으로 보고 있다. 단일화 국면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닷새 남은 1차 시한(14일)까지 극적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은 양쪽이 모두 단일화에 절실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당분간은 공방만 오가지 않겠나”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가 대선 직전에 성사되면 시너지 효과를 최고치로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지난 7일 기자들을 만나 단일화 협상 마지노선에 대해 “투표일 시작할 때라는 분도 있고, 투표용지 인쇄라는 분도 있고, 사전투표 전까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분도 있고. 그 중간 어디쯤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단일화를 하지 못하면 사표가 생길 것이라는 말은 문맹률이 거의 사라진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라며 “단일화 시너지가 최대로 발휘될 수 있을 때가 적기라고 본다. 2월 말이나 3월 초(사전투표일 이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투표용지 인쇄 전(2차 마지노선)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시너지가 반감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서서히 하락 중인 안 후보 측에서 먼저 단일화를 요구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일 직전에 단일화가 된다면 시너지가 최대로 높을 수는 있다”면서도 “뉴스를 자주 보는 정치고관여층이 아닌 이상 단일화 성사를 알지 못한 국민은 오인 투표를 할 수 있다. 사표가 무더기로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엄 소장은 “단일화가 늦어질수록 국민의힘뿐 아니라 국민의당도 초조해지기는 마찬가지”라며 “안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야 실리를 챙길 여지도 많아지는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지율 하락세가 빨라질 수 있다. 국민의당으로서는 3월까지 단일화를 끌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