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 조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 관문을 넘고 국회로 넘어간다. 다만 방통위 내에서 전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면서 KBS 수신료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는 29일 제59차 전체회의를 열고 KBS가 제출한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KBS는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인상하는 조정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KBS 측은 수신료 조정 사유로 “시청자 주권과 설명책임 강화, 공정·신뢰의 저널리즘 구축 등 공적책무 확대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재원구조에서의 수신료 비중을 현 47% 수준에서 58% 수준으로 확대해 안정적인 공적 서비스 기반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이행을 위한 수신료가 지난 40년간 동결되었고 이로 인해 공적재원의 비중이 낮아졌다는 점 등에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활성화, 민간제작부문의 성장 등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수신료 조정을 위해서 KBS의 과감한 경영혁신과 수신료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 수신료 조정안의 작성·제출·처리 등 절차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또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낸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도 KBS 수신료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는 상임위원 의견이 제시됐다.
안형환 방통위 상임위원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편당 제작비가 22억에서 28억 정도라고 하는데 KBS 대하드라마 ‘이방원’의 제작비는 편당 6~7억 정도”라며 “제작비가 부족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고품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영미디어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의 방안과 시기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상임위원은 “수신료를 산정하는 방법과 주기 등을 정해야 한다”며 “당장 급하다고 해서 일단 1300원을 인상하고 본다면 몇 년 뒤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코로나로 어려운 이때 수신료 인상을 거론할 경우 국민들의 반응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을 통해 KBS의 경영 비용을 절감한 후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금과 같은 경영 방식에선 수신료 인상이 아무 의미 없다”며 “비용절감 등 구조조정 이후에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KBS 전체 직원 중 고액 연봉자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며 인력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이 KBS에 인력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KBS의 전체 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타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 높다”고도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은 “KBS의 예산 편성 및 운영 과정이 부실하고 과거 자구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도 말했다.
한편 이같은 방통위 의견서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방통위 측은 “공영방송이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적합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다 할 것”이라며 “한국방송공사가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과 이에 대한 방통위의 의견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