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章陵) 문화재 보존지역 내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 건설과 관련,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다시 한번 보류 결정이 나왔다.
문화재청은 9일 오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문화재위원회 궁능문화재분과와 세계유산분과의 3차 합동회의를 열고 ‘김포 장릉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현상변경 신청’ 건에 대해 논의했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심의 결과에 따르면 혼유석에서 높이 1.5m의 조망점을 기준으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500m) 내에 이미 건립된 아파트와 연결한 마루선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받은 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이번 심의는 공동주택 사업자 3개사 중 대광이엔씨 및 제이에스글로벌 등 2개사가 문화재위원회 심의 신청을 철회함에 따라 나머지 대방건설 1개사에 한해서만 진행했다.
문화재위원회에서는 김포 장릉 주변 역사문화환경의 보호, 세계유산의 지위 유지를 고려할 때 사업자가 제출한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공간 구성상 왕릉의 주인이 위치한 봉분에서는 넓고 높게 트인 공간을 확보하여 시각적인 개방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적”이라며 “이러한 경관적 특징은 적절하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의대상인 공동주택 건설 구역은 김포 장릉 능침에서 바라보았을 때 직접 조망되는 지역으로 문화재 경관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17년에 허용기준이 조정됐다.

이날 문화재위원회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바깥의 건축물을 포함해 단지별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검토 결과도 발표했다.
시뮬레이션을 검토해본 결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이미 건립된 건축물이 조망되지만 신청 대상 건축물의 높이를 조정하면 경관은 개선된다. 또한 수목을 식재해 공동주택을 차폐하는 방안은 최소 33m에서 최대 58m 높이의 수목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더불어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와 한국건축시공기술사협회에 자문한 결과, 상부층을 일부 해체해도 하부구조물의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여 공동주택의 상부층 일부 해체는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유네스코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세계유산 보호와 문화재 보존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이번 사례에서도 문화재위원회 의결 결과를 존중·반영해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지위 유지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네스코는 조선왕릉의 경관 훼손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유산 주변 개발 시 경관, 지형 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특히 최근 김포 장릉의 보존관리 상태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등재 유산에 대한 보존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 따라 세계유산이 심각하고 구체적 위험으로 위협받는 경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는 것을 검토하거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소실된 경우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를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된 영국 리버풀 항구(2004년 세계유산 등재)의 경우,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오른 바 있다.
한편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일괄 등재된 ‘조선왕릉’의 40기 중 하나로 조선 인조의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