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29일 발표했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뉴삼성’을 향한 미래지향적 면모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인재제일’ 창업 이념을 핵심가치로 삼았다. 그는 지난 1957년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을 실시해 우수 인력을 확보했으며, 연고주의 인사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인사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인재 육성과 조직 성장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를 이어 받아 신경영을 통해 능력 위주의 인사를 정착하기 위한 제도개혁을 이끌었다. 삼성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공채를 도입했고, 1995년에는 학력 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열린 채용’을 도입했다.
그는 여성 인력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의 남녀차별 관행을 모두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여성 전문직제 도입(1992) △여성 대졸공채(1993년 하반기) △여성 임직원 대상 교육·리더십 기회 확대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인사 혁신을 추진했다.
특히 미래에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 회장의 판단에 따라 삼성은 지난 1990년 입사 3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현지 언어·문화를 익히도록 지원하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제도를 통해 양성한 80여개국 3500여명의 지역전문가는 삼성의 글로벌 시장 개척과 인재양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삼성은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단편적인 암기 위주의 필기시험을 지난 1993년 폐지하고 지원자의 종합적인 자질을 평가하는 삼성직무적성검사를 도입했다. 또 2005년 대학생 인턴제, 2011년 장애인 공채 등 혁신적인 제도 도입에도 앞장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계승·발전해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개개인의 역량을 개발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제도 혁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창의적·도전적 조직으로의 변화를 위해선 수평적 조직문화 정칙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16년 직급 단순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편을 실시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기존 7단계의 수직적인 직급 단계를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른 4단계의 경력개발 단계로 변경하고, 직원간 호칭도 ‘○○님’ 또는 ‘○○프로’로 바꾼 바 있다. 이런 변화 노력은 세대 간 의견을 보다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것이 진화된 게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래지향 인사제도’다. 새 인사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실리콘밸리식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
우선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가 폐지되면서 30대 임원, 40대 CEO 등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의 CL2(사원·대리급), CL3(과·차장급)는 각각 10년 가까이 지나야 승격이 가능했지만,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에 따르면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을 증명할 경우 몇 년 만에도 승격이 가능해진다.
또 회사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를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하는 한편,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해 직원들이 서로의 직급을 전혀 알지 못하게 했다. 일하는 과정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직급이나 연차가 개입될 여지를 없애 과감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긴 새 인사제도는 ‘이재용 시대 뉴삼성’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담고 있는 제도라는 평가다. 새로운 인사제도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변화 가속화 △임직원들의 몰입과 상호 협력 촉진 △업무를 통해 더 뛰어난 인재로 성장 세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삼성은 국내 다른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주자는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공채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이 공채를 지속함으로써 국내 채용 시장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평가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뉴삼성을 내세운 이후 그에 걸맞는 혁신적인 인사제도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일하는 문화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겠다는 인사제도인 만큼 국내 다른 기업, 나아가 우리사회의 조직문화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