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선대위’를 둘러싼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가열하고 있다. 선대위 인선과 직제에 대한 윤석열·이준석·김종인 3인의 청사진이 엇갈리면서, 당내 패권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은 대선 이후 당내 주류를 결정하는 첫 등용문이자,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이 걸려있는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선대위 구성 논의가 당내 주도권 쟁탈전으로 확산하는 배경이다.
11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준석 대표를 상임선대위원장에, 김기현 원내대표를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하는 선대위 인선을 발표한다. 후보 대변인직에는 이양수 의원(재선)과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이 발탁됐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선대위 출범을 목표로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내정된 ‘총괄선대위원장’을 제외한 핵심 보직은 하마평만 무성한 채 여전히 ‘안갯속’이다.
선대위 인선이 표류하는 최대 이유로 ‘윤석열·이준석·김종인’ 3인의 신경전이 꼽힌다. 윤 후보는 기존 캠프에 당 안팎 인사를 폭넓게 영입하는 ‘매머드 선대위’를 그리고 있지만,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중진 의원들을 뺀 ‘실무형 선대위’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은 ‘경량형 선대위’를 추구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결은 미묘하게 다르다. 이 대표는 ‘능력주의 인선’을 추구하지만, 김 전 위원장은 현역 중진 의원을 배제하는 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질적인 전권(全權)을 본인에게 집약하는 방향이다.
이 대표는 총괄선대본부장직에 권영세 의원(4선)을 제안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임태희 전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대위 요직 후보군도 이 대표는 ‘전략통’ 윤상현 의원과 ‘경제통’ 추경호 의원을 추천한 반면, 김 전 위원장은 윤희숙·금태섭 전 의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의 미묘한 신경전에는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먼저 윤 후보는 ‘여의도 차르’로 불리는 김 전 위원장이 절실한 동시에, 팔과 다리가 되어줄 ‘최측근’을 지근거리에 보임해야 한다.
이 대표는 윤석열 후보나 김종인 전 위원장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당 중심 선대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 사람의 헤게모니(패권) 싸움이 선대위 진용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가 윤석열 캠프 소속 의원들을 향해 ‘파리떼’, ‘하이에나’ 등 격한 발언을 쏟아낸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도 “선대위는 올 코트 프레싱(전면전)을 해야 하는데, 누군 넣고 누군 배제하는 것인 비상식적”이라는 볼멘소리가 새어 나온다.
정치권은 세 사람이 ‘절충안’을 찾는 선에서 선대위 인선을 타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년 대선에 4개월 앞으로 임박한 상황에 선대위 출범을 늦출 수 없어서다.
선대위를 구성하는 면면(面面)에 따라 경선 후보들의 합류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선대위 인선이 사실상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첫 본선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선대위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하지만,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윤 후보가 한 수 양보하고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이 만들어지면 결과적으로 민주당 선대위보다 더 합리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한 경선 후보 캠프에 소속했던 국민의힘 의원은 “윤 후보가 우선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할지, 선대위 주요 보직은 누구에게 맡길지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며 “경선 캠프에서 보여줬던 파리떼, 거간꾼, 하이에나 등 구태·패거리 문화와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른 경선 후보들도 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