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년 전 북한군에 피격된 ‘천안함’이 9일 우리 해군의 신형 호위함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이날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선 대구급 호위함(FFG-Ⅱ) 7번함 ‘천안함’ 진수식을 개최한다. 진수식은 함정 선체를 완성한 뒤 처음 물에 띄우는 행사를 말한다.
대구급 호위함은 우리 해군의 기존 울산급 호위함(FF·1500톤급)과 포항급 초계함(PCC·1000톤급)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되고 있는 2800톤급 신형 호위함이다.
대구급 호위함 1번함 ‘대구함’은 지난 2016년 진수돼 2018년 해군에 인도됐고, 이후 ‘경남함’ ‘서울함’ ‘동해함’ ‘대전함’ ‘포항함’ 등 총 6척의 차례로 진수돼 해군에 인도됐거나 앞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6번함 ‘포항함’ 진수식은 올 9월 열렸다.
통상 해군 함명은 진수식과 함께 일반에 공개된다. 그러나 신형 호위함 7번함이 ‘천안함’으로 명명된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통해 직접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념사에서 “해군이 2023년부터 서해를 누빌 신형 호위함 이름으로 ‘천안함’을 결정했다”며 “‘천안함’이 영웅들과 생존 장병들의 투혼을 담아 찬란하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해군이 함선명으로 ‘천안함’을 사용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1949년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1800톤급 상륙함이 ‘천안함'(‘용화함’에서 개명·1959년 퇴역)으로 명명됐고, 이후 1987년 건조한 포항급 초계함의 이름으로도 ‘천안함’을 썼다.
이 가운데 초계함 ‘천안함’은 2010년 3월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천안함 피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숨지고, 수색구조 과정에서 한주호 해군 준위도 순직했다.

군 당국은 천안함 전사자 유족 및 관련 단체들의 요청에 따라 천안함 피격 제10주기였던 작년 3월부터 신형 호위함 가운데 1척을 ‘천안함’으로 명명하는 방안을 검토해오던 중 올 3월 해군 함명제정위원회에서 신형 호위함 7번함명으로 최종 결정했다.
해군은 특별·광역시와 도(道), 도청소재지, 시(市) 단위급 중소도시의 명칭을 호위함 함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길이 122m·폭 14m·최고 속력 30노트(시속 약 55㎞)의 대구급 호위함엔 5인치 함포와 대함유도탄 ‘해성’, 전술함대지유도탄 ‘해룡’, 대공유도탄 ‘해궁’,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경어뢰 ‘청상어’ 및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등이 탑재되며, 함미엔 해상작전헬기 1대를 운용할 수 있는 착륙장이 설치돼 있다.
특히 대구급 호위함 엔진엔 가스터빈과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추진체계가 적용된다. 전기모터로만 추진할 경우 수중 방사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잠작전 수행 때 이점이 있고, 필요시엔 가스터빈을 이용한 고속순항도 가능하다. 우리 군이 해군 함정에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도 천안함 피격이 계기가 됐다.
대구급 호위함은 또 선체 고정식 음파탐지기(소나·HMS) 뿐만 아니라 예인형 선배열 음파탐지기(TASS)를 탑재해 잠수함 탐지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런 가운데 해군은 이날 천안함 진수식에 최원일 전 함장(예비역 해군 대령)을 비롯한 천안함 사건 생존자들도 초청했었지만, 최 전 함장 등은 전날 진수식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지난달 28일 열린 통신심의소위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음모론’적 주장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 8건에 대해 위원 다수 의견으로 ‘해당 없음’ 결론을 내린 데 대해 항의하는 의미에서다.
해당 동영상엔 “천안함은 좌초 후 잠수함과 충돌해 반파됐다” “천안함 절단면이 불탄 흔적이 없어 폭발에 의한 침몰이 아니다”는 등 북한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생존자전우회, 천안함재단도 전날 공동 성명을 통해 방심위를 상대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46용사와 유족 생존자에 사과하고 재심의하라”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