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검찰에 녹취록을 제공한 정영학 회계사가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로 대장동 개발을 통해 약 600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인물이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수익구조를 설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지난 27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며 녹취파일 19개와 자필 진술서를 제출했다.
녹취파일에는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주요 관계자들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4000억원에 이르는 대장동 개발 이익금 배분 문제와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관계자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10억여원을 제공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함께 이번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그는 남 변호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 추진 당시부터 관여해왔다.
정 회계사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에서다.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의 이모 전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영 개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문단을 뒀는데,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보다 먼저 자문단에 포함됐다.
남 변호사는 부친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가 2009년 11월 이 전 대표를 소개받아 자문단에 합류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이후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 매일 출근해 이 전 대표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조언을 해왔다.
당시 부동산 투자 전문가로 유명했던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의 수익모델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던 와중 이 전 대표가 추진하던 대장동 민간개발은 불발됐고, 남 변호사에 대한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까지 받게됐다. 이 전 대표는 결국 회사에서 손을 뗐고,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는다.
이후 남 변호사는 2011년 7월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를 맡고 법인 이름도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로 변경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에 취임했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민·관합동 개발로 추진되자 화천대유와 함께 지금의 수익모델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그 사이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대장에이엠씨(AMC)의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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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논란을 빚은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2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는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때 추진한 대장동 공영개발사업에서 출자금 대비 1,154배에 이르는 배당금을 받아 특혜 논란을 받고 있다. 2021.9.27/뉴스1 © News1 |
문제는 대장동 사업 수익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생겼다. 일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정씨는 자칫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김만배씨나 유 전 본부장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장동 사업이 문제가 될 경우 주범으로 몰릴 것을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정 회계사에게 ‘모멸적인 언행’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업 전반의 이익배분 과정에서 정 회계사를 비롯해 핵심 관계자들 사이 다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정 회계사가 검찰에 넘긴 녹취록 등에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사건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유 전 본부장의 자택을 전날 압수수색했다. 그는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이날 불러 조사하려했으나 유 전 본부장은 이에 불응했다.
다른 핵심 인물인 남 변호사는 의혹이 불거지자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미국에 체류 중인 남 변호사의 신병 확보를 위해 법무부에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