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최근 진행한 AI Day에 대한 뒷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로봇 복장을 한 댄서의 퍼포먼스와 함께 공개된 ‘테슬라봇’이 논란의 중심인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을 탑재한 휴머노이드를 내년에 ‘실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지지자들은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다운 행보라고 환영하며 향후 등장할 테슬라봇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외신과 국내 언론들은 머스크가 이번에도 ‘쉽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 역시 수십년간 연구 개발에 매달려야 쌓을 수 있는 로봇 개발 노하우를 테슬라가 과연 1년만에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테슬라의 로봇은 이전에 공개된 바가 없어 그 연구개발 성과나 인프라에 대한 평가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자동차는 바퀴 달린 로봇”이라고 표현하며 테슬라가 잠재적인 로봇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테슬라의 선도적 기술 기업 이미지 확보와 자신들이 보유한 소프트웨어의 파급력 확대를 위해 테슬라의 미래 방향성에 ‘로보틱스’라는 개념을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로봇 개발이 혁신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혼다를 비롯한 닛산,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이미 오래전에 로보틱스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 추진 방향성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도 이미 십여년 전부터 로봇 개발 역량을 쌓아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고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톤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를 주요 미래 신사업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일원이 된 보스톤다이내믹스는 이미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족형 로봇에 필수적인 보행 제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실제 서비스화를 위한 인지분야에서도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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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AI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 봇”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
완성차 업체의 서비스 로봇이라는 동일 선상에서 보더라도 테슬라의 ‘테슬라봇’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혼다의 아시모는 1996년, 도요타의 파트너 로봇은 2005년, 보스톤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2013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최초 공개 된 바 있다. 개선 버전 역시 각각 2011년, 2017년, 2016년에 발표됐다. 기존 완성차 업체가 연구 개발에 쏟아 온 노력과 비용, 시간에 비춰볼 때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제품을 선보이겠다는 테슬라의 계획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로봇 기술 중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AI뿐만 아니라 상당히 정밀하고 고도화된 메카트로닉스, 즉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이 결합된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따라서 테슬라가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인간과 비교되는 수준의 지능과 하드웨어 기술의 융합이 요구된다. 나아가 실제적인 양산과 제품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연구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테슬라의 테슬라봇을 이미 제품화된 타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일 수 있으나, 내년에 공개된 테슬라봇의 시제품이 제품 출시 이후 수년간의 노하우와 인간에 가까워진 동적 성능을 지닌 보스톤다이내믹스 아틀라스와 같은 휴머노이드를 플랫폼 측면에서 능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대규모 완성차 기업이 안전과 품질, 생산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얻어온 것에 비해 화제성 이벤트로 미래의 성공 가능성만을 먼저 제시하고, 대규모 개발자 채용을 통해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려는 테슬라의 전략이 향후 어떤 의미있는 성과를 낼지 의문을 갖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다만 테슬라봇이 공개된 이후 무수히 많은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하더라도 일론 머스크가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향후 로봇 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로봇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면 로봇 개발을 지속해오던 글로벌 완성차 기업 뿐만 아니라 최근 보스톤다이내믹스와 손잡은 현대차그룹의 선택이 옳은 판단이었다는 것을 반증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