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사용돼 온 ‘문화재’란 명칭이 ‘국가유산’으로 바뀔 전망이다.
11일 문화재위원회와 무형문화재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합동분과위원장단 회의를 같고 이같은 내용의 ‘미래지향적 국가유산 보호와 가치 증진’ 촉구 결의문을 채택,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유형문화재(국보‧보물), 무형문화재, 기념물(사적‧명승‧천연기념물), 민속문화재)를 60년 동안 고수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1950년 제정된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대부분 원용해 제정했으며, ‘문화재’라는 통칭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는 우리와 일본 뿐이다.
더불어 △문화’재'(財)라는 용어가 과거 유물의 재화적 성격이 강한 점 △자연물(천연기념물(동식물‧지질)‧명승(경관))과 사람(무형문화재)을 문화재로 지칭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 △1990년대 후반부터 ‘문화유산’ 용어 보편화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명칭 개선 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1972년 제정된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른 국제사회의 유산 분류체계와 국내 문화재보호법 상 분류체계가 상이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별도의 협약으로 무형유산을 정의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문화재 개념보다 유산(Heritage) 개념을 보편적으로 사용한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2005년부터 ‘문화재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을 위해 수차례 진행한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올해 1월부터 개선안을 마련했다.
전영우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20여년 동안 위원들 사이에서 문화재 명칭과 분류체계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이번 결의문은 불교계, 행정·경제·법학 전문가 등 사회 각분야 계층과 국민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 실시한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문화재’ 명칭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민 76.5%, 전문가 91.8%이었다. ‘유산’ 개념으로 변경하는 데에는 국민 90.3%, 전문가 95.8%가 찬성했다. 또한, 통칭 용어로서 ‘국가유산’이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에도 국민 87.2%, 전문가 52.5%가 동의했다.
이번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문화재라는 명칭을 유산(遺産)으로 변경하고, 통칭은 ‘국가유산’으로 변경 △국가유산 분류체계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크게 분류 △지정‧등록명 ‘문화재’에서 ‘유산’으로 변경하고, 목록유산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이다.
‘목록유산’은 그동안 관리사각지대에 있었던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새로운 개념으로, 지정문화재 중심의 중점보호주의에서 비지정문화재를 포함한 역사문화자원을 목록으로 관리하는 포괄적 보호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강경환 문화재청 차장은 “이번 결의문을 올해 하반기까지 다듬어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전에 국민에게 알리고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해야하는 선행 과정이 제대로 시행해 조속히 통과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 명칭 변경에 따른 문화재청 기관명 변경 여부에 관한 가능성도 언급됐다. 전영우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은 “경제대국으로 꼽히는 우리나라의 품격에 맞게 ‘국가유산처’ 또는 더 나아가 ‘국가유산부’와 같이 문화재 행정을 키워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