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3주년을 맞은 18일 희생자 고(故) 전영진씨의 유가족을 만나 “자식이 전쟁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도 가슴에 사무치는데, 학생이 국가권력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게 돼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냐”며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에 참석한 뒤 김범태 5·18 민주묘지관리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1묘역에 안장돼 있는 전영진·김재영·정윤식 씨의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고 전영진씨(1962년생)는 1980년 5월20일 휴교령이 내려진 후 과외수업을 받으러 집을 나섰다가 계엄군에게 구타당했고, 다음 날인 21일 어머니가 설거지하는 동안 집을 나와 시위에 참여했으나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고 김재영씨(1963년생)는 1980년 5월 21일 15시경 도청에서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전화 연락 후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행방불명자가 됐으나, 2023년 5·18진상조사위의 무명열사(4-93) 유전자 조사를 통해 유해가 확인됐다.
고 정윤식씨(1959년생)는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하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체포되어 상무대로 연행됐고 9월 석방되었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약 2년 뒤 사망했다.
윤 대통령은 고 전영진씨의 부모인 전계량씨와 김순희씨의 손을 꼭 잡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고 정윤식씨의 형 정춘식씨는 윤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43년 만에 대통령이 묘소를 찾아줘서 동생이 소원을 풀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씨는 전 유족회장이자 5·18부상자로 형제가 유공자다.
윤 대통령은 이어 5·18민주묘지 관계자들 격려하고 유영봉안소를 찾았다. 유영봉안소는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나 다른 묘역에 묻힌 고인들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윤상원·윤한봉·명노근·김녹영 등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운 고인들의 사연을 듣고 명복을 빌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후 유영봉안소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5.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며 국민통합의 정신을 강조하고, 오월의 정신을 계승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밝혔다.
또 오월의 어머니들을 향해 “사랑하는 남편, 자식, 형제를 잃은 한을 가슴에 안고서도 오월 정신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라며 “용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두 번째다. 지난해 유가족들에게 “임기 내내 매년 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취임 후 매년 광주를 찾은 최초의 보수정권 대통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묘역에 도착해 ‘민주의 문’ 앞에서 5·18 민주화운동에서 가족을 잃은 ‘오월의 어머니’ 15명을 직접 맞이하고 추모탑까지 함께 걸어갔다. 이는 정부 주요 인사들과 함께 입장하는 관례를 깬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광주로 향하는 길에 “가족들이 묻혀있는 묘지를 찾아온 유가족들이 도시락도 드시고 쉬실 수 있도록, 민주관 쉼터를 확장해 공간을 확보해 드리도록 하라”며 5·18 유가족에 대한 편의 제공을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에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비가 내려 대다수 참석자가 우의를 착용했지만, 윤 대통령은 우의를 입지 않고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기념사를 낭독하고, 오른손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한편 기념식에 정부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하여 장관 14명과 대통령실의 수석 6명과 비서관들이 참석했으며 국민의힘 국회의원 90여 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 명도 함께했다.